"제주시청을 출발해 제주공항을 세 번이나 갔는데 손님 한 분을 태우지 못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지역경제가 정말, 마비 상태예요."
택시기사의 넋두리다. 현재 제주경제가 처한 상태를 '마비'라는 한단어로 표현했고, '때문에'라는 말엔 원망과 한숨이 두루 섞였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제주경제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건설업이 극심하게 침체된 가운데 지난해 1차산업도 기상악화와 과잉 생산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여기에 제주경제를 지탱하던 제주관광산업마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며 휘청이고 있다. 제주경제의 큰 축을 이루는 1차산업, 건설업, 관광산업 등 3대 산업이 모두 최악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진행 중이라는데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빠르면 3월내에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4~5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에 비중이 실렸다.
4~5월은 제주관광에 있어 중요한 시기다. 전국의 수학여행단을 비롯해 각종 세미나와 회의 등으로 방문객이 제주를 많이 찾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낙수효과도 적지 않다. 숙박업소는 물론 각종 관광지, 식당, 지역상권 등 관광관련 업체들에게는 호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경제지표는 모두 암울하다. '내외국인 관광객 제주방문 하락', '숙박업소 예약 40~90% 취소', '렌터카 예약률 5%대로 뚝', '수학여행단 단체 예약 전면 취소', '돼지고기·쌈채소 가격 연일 하락세' 등 어디 하나 밝은 내용이 없다. 그보다 앞선 '순인구 유입 감소' , '부동산 침체 장기화', '건축경기 바닥', '밭작물 피해 심각', '감귤처리 대란' 등에 이은 후속타로 제주경제는 그야말로 만신창이다.
무사증 입국제도 일시 중단 조치와 함께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62% 가량은 중국인으로 이들이 제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특히 면세점이나 지역상권에게 '큰 손'으로 작용하며 이번 사태의 전후 반응은 극명하다. 중국인이 자주 찾는 제주시 연동의 누웨모루를 비롯해 제주시 중앙로 상권인 지하도상가, 칠성로상점가, 동문재래시장, 인근 대형마트 등의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이대로 제주경제가 흘러간다면 연내 회생은 기약할 수 없다. 지금은 유비무환이 아닌 사생결단을 내려야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제주도가 지난 13일 민관 협동 '범도민위기극복협의체'를 출범시키며 코로나19로 휘청이는 제주경제를 안정화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드 사태 이상의 지원을 통해 타격이 가장 큰 관광업계에는 관광진흥기금 5700억원을 특별 지원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정부의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 선정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
업체들의 자발적 참여와 극복 의지는 더욱 중요하다. 청정제주가 지켜야 할 최대한의 노력은 앞으로 제주관광 회생의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지금 제주의 경제지표는 평상시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20%대에 머물렀다. 위기감을 느끼고 모두가 동참해 이번 사태를 하루 빨리 극복해야 한다. 누구의 일이 아닌, 발등에 떨어진 불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우리 모두가 머지않아 만날 수 있는 제주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백금탁 경제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