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의 백록담] 제주 공연계에 볕드는 ‘해비치’ 언제쯤

[진선희의 백록담] 제주 공연계에 볕드는 ‘해비치’ 언제쯤
  • 입력 : 2020. 02.24(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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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코로나19 여파로 힘들어하는 공연업계에 대한 긴급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 대학로를 중심으로 예매 건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등 공연예술인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무대를 뛰고 있는 공연예술인들의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감염병의 파장으로 더 팍팍해진 모습이다.

제주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일각에선 "언제 볕든 날은 있었나"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코로나19처럼 제주 역시 시국의 흐름을 타는 곳이지만 민간 영역을 중심으로 매사 쪼들려온 지역 공연계의 처지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지난해까지 12회에 걸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주최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그 이름처럼 제주 공연계에 해가 비치는 축제가 되길 기대했다. 제주도가 꾸준히 보조금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 공연예술인들에겐 먼 세상이었다.

해비치페스티벌은 2006년 제주한화리조트에서 열린 예술행정 세미나에서 출발했다. 이듬해 지금의 주행사장인 서귀포시 표선면 해비치호텔앤리조트로 장소를 옮겼는데 그 때까지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혁신경진대회와 예술행정 세미나를 겸했다. 해비치페스티벌 명칭이 달린 건 2008년으로 그 해에 오늘날과 유사한 공연, 아트마켓, 쇼케이스, 세미나, 문예회관 운영 우수사례 발표 프로그램이 짜여졌다.

이 축제에 제주도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매해 3000만원 안팎을 지원했고 2016년엔 1억원으로 3배 넘게 보조금을 늘렸다. 그러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2억원의 보조금을 댔고 올해도 2억원을 배정했다. 2억원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벌이는 2020년도 제주문화예술지원사업 중에서 연극·전통·다원예술 분야 지원액 1억5800만원을 웃도는 액수다.

지난 7년 동안 해마다 제주도 보조금이 해비치페스티벌로 향했지만 제주 공연예술인들의 입지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축제의 핵심 프로그램인 공연유통 활성화를 위한 아트마켓은 접근이 어려웠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해비치페스티벌을 두고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장을 다그쳤지만 거기에도 '제주'는 없었다. 오죽하면 애초 배경만 제주도인 피서지 축제에서 그들끼리 '지지고 볶다' 간다는 말이 나왔을까 싶다.

주최 측은 올해 아트마켓 전시에 5개 부스를 처음 제주에 할당하고 제주 지역 공식참가작 숫자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는 제주문예재단과 연계해 예술단체 대상 유통활성화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할당 도움판을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열악한 제주 공연계가 역량을 키우는 행보에 맞춰 바깥에 팔릴 수 있는 작품을 빚어낼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제주도문예회관, 제주아트센터, 서귀포예술의전당 등 현재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 가입된 공연장부터 지역 공연예술인들이 참여하는 무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작년 해비치페스티벌의 지역 경제효과로 100억원 가까이 제시됐지만 선뜻 와닿지 않았다. 우수작품 하이라이트를 시연하는 쇼케이스에 제주산 작품이 오르는 등 지역 공연계의 진출로 그 긍정적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으면 한다. <진선희 교육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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