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혜의 편집국 25시] ‘성스럽다’에 점 하나 떼어 붙이면

[강다혜의 편집국 25시] ‘성스럽다’에 점 하나 떼어 붙이면
  • 입력 : 2020. 03.05(목) 00:00
  •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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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스럽다' '성스럽다'. 우리말이 이렇게나 똑똑하다. 점 하나 떼어 붙여도 전혀 다른 의미를 만들어낸다.

사고가 언어에 영향을 미치는가, 언어가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무릇 인간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때 언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한 사람의 생각은 그가 사용하는 단어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하는 말 중에는 조금만 생각해도 문제가 되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깨닫지 못하는 말이 매우 많다.

"집사람" "여자가~" "예민충" "짱깨"… 표준어냐 비표준어냐 하는 분류를 떠나 위 표현들에 문제의식을 느끼는가의 여부에는 '언어 감수성'이 개입한다고 본다. 언어 감수성은 습관과 말본새로 드러난다. 혐오와 차별의 언어가 주류를 이루는지, 맥락과 인권을 배려한 언어를 사용하는지.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마비다. 당연하게 영위해 온 일상 속에서 감염병을 옮는다는 건 두려운 일이다. 감염병이 퍼지는 만큼 공포에 기반한 혐오와 차별의 정서가 펴져나간다는 것은 공식에 가깝다. 그만큼 혐오와 차별의 언어가 극성을 부린다. 질병보다 사람을 더 해치는 것은 혐오와 차별이다. 서로가 서로를 배척하는 세상에선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다. 혐오를 멈추고 포용의 언어를 건네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언어는 생동한다. 흐르는 시간만큼 언어도 변한다. 모든 사람은 말을 줄이거나 늘려 쓸 수 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라는 말이 옹색하지 않으려면 선을 지켜야한다. 언어적 감수성이야말로 가장 먼저 강조되어야 할 습관이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가 나다. 언어가 틀에 박히면 생각도 틀에 박힌다. 점 하나로도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우리말을 성스럽게 여길 것인가, 상스럽게 내뱉을 것인가. 성숙한 언어 감수성이 우리말, 나의 인격, 나아가 우리 공동체를 지킨다. <강다혜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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