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위안부의 존재를 증언한 사람은 김학순 할머니였다. 1991년의 일이다. 이를 계기로 위안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 시기에 무라야마 담화 등 의미있는 일본 정부의 발표가 이루어졌다. 1997년이 되면 일본의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 위안부 기술이 등장한다. 한편에선 교과서 회사와 수업 현장에 대한 일본 우익들의 집요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결국 2006년에는 일본 역사 교과서에서 위안부 기술이 사라진다.
이같은 현실에서 우익들의 교묘한 괴롭힘과 압력에 굴하지 않고 위안부 문제를 20년 넘게 아이들에게 가르쳐온 이가 있다. 일본 오사카부공립중학교 히라이 미쓰코 사회과 교사다.
'위안부 문제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칠까?'는 히라이 교사의 실천 기록을 담고 있다. 위안부만이 아니라 일본에서 일어났지만 알려지지 않는 미군기지 문제, 오키나와전투 당시 벌어진 집단자살, 만주·몽고 개척단 여성 등 전쟁에 따라붙는 성폭력을 가르치며 겪는 일련의 과정과 느낌, 아이들의 감상을 실었다.
그는 일본 아이들이 일본의 전쟁과 식민지 문제에 대해 자세히 배우지 않는다고 했다. 교과서에 소개된 내용도 아주 적다. 마치 역사 연표처럼 일어난 사건은 알고 있어도 그로 인해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모른다.
히라이 교사가 교실에서, 수학여행을 하며, 영화를 보며 아이들과 나누는 이야기는 전쟁에서 목숨을 잃거나 인생이 바뀌어 버린 사람들의 체험과 마음이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쟁의 비극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서 그는 '과거에만 매달리지 말고 미래를 보아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면 '정말 그럴까요?'라고 되묻는다. 그것은 진실을 알지 못하거나 진실을 덮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주장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외면하면 역사는 반복된다는 그는 미래 지향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전에 과거를 인정하고, 과거에 저지른 일을 인식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수정 옮김. 생각비행. 1만3000원. 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