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진료방식으로 전세계가 주목한 '드라이브 스루'가 최근 농수축산물 판매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학교 개학연기로 판로가 막힌 친환경꾸러미 세트에서부터 광어회 등을 시중보다 싼 가격에 선보이며 준비물량이 일찍 소진되는 호응을 얻고 있다.
제주에서 자연재해로 한 해 밭농사를 망치는 일이 다반사에다 기상여건이 좋아 풍작을 맞으면 수확의 기쁨 대신 가격폭락이 기다리고, 쓰나미치럼 밀려드는 값싼 수입산과 경쟁해야 하는 현실 앞에서 초유의 감염병 사태는 엎친데 덮친 격이다.
이런 가운데 농산물 생산자단체인 농협과 행정이 협업 추진하는 사업이 눈에 띈다. 성산일출봉농협이 계획을 수립한 '월동채소 대체작목 육성을 위한 정예소득 작목단지(키위) 조성사업'인데 생산자단체와 행정, 농업기술원, 농업인이 키위 생산에서 판매까지 역할분담과 협력체계로 추진된다는 점도 색다르다. 사업 첫해인 올해 서귀포시는 6억원을 확보, 최근 성산지역에서 키위재배를 신청한 5농가(2㏊)에 하우스시설비의 60% 지원을 확정했다. 사업 첫 해라 미미하지만 2024년까지 150농가를 대상으로 50㏊의 키위단지 조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사업의 배경에는 월동무 주산지인 성산지역에서의 재배면적 증가로 가격폭락 등 농가소득 불안정성이 심화되면서 비롯됐다. 2017년 기준 성산읍의 경지면적 3455㏊ 중 월동무 재배면적은 65.2%(2254㏊)를 점유한다. 이 기간 9개 주요 밭작물의 도내 총 경지면적은 4만2627㏊에서 3만9589㏊로 7.1% 감소했다. 월동무는 다른작물보다 노동력 투입이 적고 재배도 손쉬워 중산간 지역으로까지 재배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수요 대비 공급과잉으로 갈아엎는 경우도 되풀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성산일출봉농협의 키위 정예소득단지 조성은 '월동무' 단작 중심에서 '키위+월동무'라는 품목 포트폴리오 구축으로 농업소득 안정화와 함께 농촌의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청년농업인을 육성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도 담겨있다.
사업과 관련한 역할 분담으로 행정에서 비닐하우스 등 생산·유통시설 지원, 농업기술원에서 품종보급과 재배매뉴얼을 개발하고 생산·교육 지도를 구축해 품질의 균일성 등 시장경쟁력을 확보하면 성산일출봉농협이 공선출하회를 통해 판매를 책임지게 돼 농가는 판로 걱정을 덜게 된다. 농가가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면 생산자단체가 판매를 책임지는 이상적인 시스템이다.
2018년 국내 키위 소비량 5만4400t 중 국내산 비중은 39.5%로 추정된다. 수입산 비중이 높지만 WTO 정부조달협정 개정안이 2016년 1월부터 발효되면서 학교·군대 등 공공급식 식재료의 국내산 우선 조달 여건이 형성되고, 지방자치단체의 푸드플랜 정책수립 확산으로 국내산 키위 소비에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주에선 월동무 뿐 아니라 마늘, 양배추 등이 잦은 처리난을 겪곤 한다. 그럴 때마다 대체작물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대체할 작물 찾기가 마땅치 않고, 자칫 타작물의 생산과잉을 부를 가능성이 상존한다. 행정과 생산자단체 등이 머리를 맞댄 이번 키위 정예소득단지 조성사업이 비록 시작은 미미하지만 앞으로 안정적인 복합영농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문미숙 서귀포지사장·제2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