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제니의 다락방
“비극이지만 희망이 된 오월 이야기”
  • 입력 : 2020. 05.01(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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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의 다락방'은 선교사 가정의 미국인 소녀 제니퍼가 겪은 오월 광주 이야기를 담고 있다.

40주년 5·18 민주화운동
양림동 선교사 가족이던

아홉살 소녀가 겪은 그날

1980년 5월 광주 양림동 선교사 마을. 허철선이란 한국명을 지닌 헌틀리 목사는 광주의 실상을 담은 사진을 찍어 집안에 마련한 암실에서 인화하고 아내는 기사를 써서 비밀리에 국내외로 전송했다. 헌틀리 부부의 글과 기사는 광주민주화운동을 해외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장로교 선교사로 한국에서 20년간 사역했던 헌틀리 목사는 1985년 미국으로 돌아갔다. 2017년 노스 캐롤라이나 주에서 별세한 헌틀리 목사의 유골 절반은 유언에 따라 현재 양림동 선교사 묘역에 안장되어 있다.

헌틀리 목사의 막내딸 제니퍼 헌틀리도 광주를 잊지 못했다. 40년 전, 아홉살이던 제니퍼는 '안네의 일기'처럼 당시의 목격담을 소녀의 시선으로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어린이와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역사동화가 나왔다. 이화연 작가가 옮겨짓고 김정혁 작가가 그림을 그린 '제니의 다락방'이다.

동화는 1980년 5월 초, 헌틀리 목사 가족이 제니퍼 큰언니의 졸업 공연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러 대전에 다녀온 후 이전과 달라진 광주 풍경을 묘사하면서 시작된다. 며칠 째 광주 시내에선 시위가 벌어지고 군인들은 학생들을 잡아갔다. 헌틀리 부부는 위험을 무릅쓰고 학생들을 다락방에 숨겨준다. 제니는 부모님이 안 계실 때 학생들에게 물과 음식을 가져다주곤 했다. 어느 새 제니퍼의 집에는 스무 명 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은 숨죽이며 악몽을 견뎌냈다.

5월 26일 밤부터 멈췄던 총성이 다시 들려왔고 그 시각 전남도청에서는 죽음을 각오한 시민군의 마지막 전투가 있었다. 기나긴 장례식이 이어졌고 광주는 부서지고 상처난 도시가 되었지만 소녀 제니퍼는 날마다 해가 뜨고 풀과 나무가 자라는 일상을 본다. 어른이 된 제니퍼는 말한다. "광주는 비극이면서도 압제와 차별 아래 놓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북돋워 주는 희망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책 말미엔 제니퍼가 쓴 영어 원문을 실었다. 하늘마음.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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