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숙의 백록담] 제주도의 축산악취 저감대책은 성공적인가?

[문미숙의 백록담] 제주도의 축산악취 저감대책은 성공적인가?
  • 입력 : 2020. 06.08(월)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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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제주시 평화로를 지나다 갑작스레 악취를 만났다. 평소에도 간간이 경험하긴 했지만 악취가 주는 불쾌함과 동반되는 두통은 어쩔 수 없다.

며칠 전 코로나19로 외식수요가 줄어든 대신 집에서 소비하는 분위기 확산에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으로 고기를 사먹는 이들이 늘면서 돼지고기값이 오름세라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다. 전국민이 즐긴다는 돼지고기, 그 중에서도 제주산은 맛이 좋아 소비자 선호도에서 단연 으뜸이라는데 악취 문제로 옮겨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제주의 축산악취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제주의 고질적 병폐다. 지난해 말 기준 268개 양돈장에서 40만8000여 마리의 돼지를 사육 중으로, 연간 양돈업 조수입은 4000억원이 넘는다. 감귤, 밭작물과 함께 1차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는 악취 탓에 일각에선 '청정'이 경쟁력인 제주에 적합하지 않은 산업이라는 지적까지 한다. 제주도가 2018년 3월 양돈장 59곳에 대한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시작으로 현재 113곳으로 늘었고, 냄새 저감을 위한 지원 등 갖가지 대책을 추진하지만 가축분뇨 무단배출과 관련한 행정처분이나 악취 민원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가 최근 3년간 가축분뇨를 무단배출한 축산농가와 가축분뇨 재활용업체에 내린 허가취소나 고발 등 행정처분은 172건이다. 올들어서는 4월까지 51건으로 증가 추세다. 지난 5월에는 한림리 소재 인접한 한우농가와 가축분뇨 재활용업체가 18t의 가축분뇨를 적정처리하지 않고 인근 초지에 불법 배출했다 신고로 적발되기도 했다. 재활용업체의 경우 이전에 3차례 액비를 무단배출했다 적발된 이력이 있다.

양돈장과 함께 악취 민원 건수도 급증했다. 2017년 727건이던 것이 2018년 1500건, 2019년 1899건으로 크게 늘었다. 행정에서는 악취민원 증가 이유로 특정지역의 양돈장 인접지에 사는 주민의 반복 민원에다 이주인구 증가와 개발붐을 타고 외곽지역에 주택이 대거 들어선 영향이라고 얘기한다. 그동안 도민들이 지독한 악취를 잘 견뎌준 덕분에 양돈산업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는 얘기로 들린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쯤에서 2017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을 꺼내지 않을 수 없다. 한림읍 양돈농가 2곳에서 여러 해에 걸쳐 8500t의 축산분뇨를 제주 지하수가 흘러들어가는 '숨골'에 불법배출한 사실이 적발됐고, 마을주민들은 '업자는 돈냄새, 읍민은 똥냄새'를 맡는다며 분노했다. 사회적 파장에 양돈업계는 기자회견을 열어 머리숙였고 재발방지책과 위법농가에 제재조치, 낡은 분뇨처리시설 개선 등을 약속했다. 축산업계의 자정결의대회는 지난해 11월에도 있었다.

결의대회를 접할 때마다 도민들은 악화된 여론에 '잠시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식의 임시대응책은 아니길 기대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의 관련 수치만 놓고 보면 과연 그동안 모든 양돈업계의 인식이 달라졌는지 선뜻 신뢰가 가질 않는다. 얼마간의 분뇨 처리비용을 아끼려 자행하는 일부의 불법이 청정제주를 갉아먹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악취없고 안전한 축산물 생산체계 구축을 위해 인증하는 '깨끗한 축산농장'에 도전하며 고군분투하는 동료 축산인의 얼굴에 똥칠하는 일임을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다. <문미숙 행정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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