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가 술렁이고 있다. 증가세를 이어 오던 관광객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다.
위기는 지난해 8월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 달 여수 방문객은 930만여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935만여명보다 5만명(0.5%) 가까이 줄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매달 5∼10%씩 증가세를 이어 왔었다.
한국문화관광자원연구원의 2019년 전국 주요 관광지점 입장객 통계를 살피면 여수의 고민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올해 2~5월 여수엑스포해양공원 방문객은 56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3만명의 45% 수준에 그친다. 2018년엔 362만명이 몰리며 북적이던 곳이다. 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해도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여수는 노래 '여수 밤바다'가 인기를 끌면서 유명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버스커 버스커'가 지난 2012년 내놓은 노래다. '버스커 버스커'는 노래 '벚꽃엔딩'으로도 유명한 그룹이다.
노래가 인기를 끌면서 여수도 유명 관광지로 자리를 잡는 듯 싶었다. 젊은이들과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몰리며 끝없는 인기를 이어갈 기세였다. 지난 2017년에는 여수 방문객이 처음으로 1500만명을 넘어섰다.
이상 징후는 인터넷·유튜브 등에서 감지되기 시작됐다. "낭만 포차거리에 낭만은 사라지고 상술·바가지만 있을뿐…"이라는 글이 확산됐다. 한 네티즌은 사진과 함께 "얇은 고기 몇 점과 콩나물·야채가 전부인 해물삼합 작은 접시 하나에 4만원이나 받더라"며 고발했다.
지난 2018년 여수 방문객은 1365만명으로, 불과 1년 만에 1500만명 선이 무너졌다. 여수시는 방문객 수가 줄어들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관광객 불편 해소를 위해 바가지요금 근절에 착수했다. 음식점 가격 공시 앱도 선보였다. '여수관광 친절아카데미'를 열고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다.
제주의 상황도 그리 녹록치 않다. 아니 오히려 더 심각한 형국이다. 6월 중순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412만여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39.2% 줄었다. 특히 외국인관광객은 18만여명으로 74.5%나 감소했다.
관광객이 줄면서 곳곳에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관광버스는 멈춰섰고, 카지노·면세점·관광호텔은 개점휴업 상태이다. 음식점·기념품점의 매출은 반토막 났고, 시장·상점가들은 관광객 구경하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지속가능한 관광 전략은 고사하고 긴급처방도 아쉬운 시점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관광국을 폐지, 문화관광국으로 통폐합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입법예고 했다. 관광객은 신설 4년만에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방만한 조직을 정비하는 것이야 환영할 일이지만 엄중한 시국에 해당 부서를 통폐합하는 것은 거꾸로 가는 행정의 표본에 다름없다. 여수사태에 불을 지핀 것도 바로 행정이었다. "성수기에는 바가지요금을 감내해야 한다"는 시장의 발언이 알려지며 된서리를 불렀다. 냉철한 현실 인식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지속 가능한 제주관광 발전 전략 마련을 위해서도 관광국 폐지는 재고돼야 한다.
<현영종 부국장 겸 서귀포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