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식탁'에 실린 상차림. 곶자왈, 우영팟, 바당에서 나는 제철 재료로 만들어졌다. 사진=콘텐츠그룹 재주상회 제공
‘낭푼밥상’에 올렸던 음식
70개 가까운 조리법 담아제주방언 같은 일상의 맛
돔베고기, 멜국, 옥돔미역국, 자리물회, 보말죽…. 관광객들이 제주의 별미로 찾는 제주 음식들은 어떤 여정을 거쳐왔을까. '제주 음식을 공부하는 제주 토박이' 양용진씨가 그 물음에 답했다. '그 섬사람들은 무얼 먹고 살았나'란 부제를 달고 '제주식탁'을 엮었다.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을 운영하는 양용진 요리연구가는 2012년 300여 가지 옛 제주음식을 재현한 '제주인의 지혜와 맛 전통향토음식'을 공저한 일이 있다. 해당 도서는 비매품 한정판으로 독자들의 접근이 어려웠고 그간의 기록이 근거 없이 변형되어 떠돌아다니는 아쉬움이 있었다는 저자는 제주 음식에 관심있는 이들이 편히 읽을 수 있도록 이번에 '제주식탁'을 차렸다.
그가 풀어내는 제주 음식은 어머니(김지순 향토음식명인)의 영향도 있지만 그 이전에 할머니, 그 할머니의 어머니가 차려줬던 밥상의 기억에서 시작됐다. 때로는 잊히고, 때로는 덧입혀지며 전승되고 있는 음식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주식탁'에 올린 음식들은 약 70개에 이른다. 제주 사람들의 공동체 정신을 드러내는 '낭푼밥상'의 한 자리를 차지해온 음식들이다. 저자는 '낭푼밥상' 차림의 특징으로 쌀이 귀해 보리를 주곡으로 삼았으나 잡곡을 이용한 밥을 지어 단조로움을 피한 점, 국을 곁들여 거친 잡곡밥이 수월하게 넘어가도록 배려한 점, 사시사철 푸른 잎채소, 저장성을 고려해 대개 생김치로 장만한 점, 육고기보다 어패류를 즐겨 쓴 점을 꼽았다.
먹고사리, 마농(마늘), 보말(고둥), 자리돔 등 곶자왈, 우영팟(작은 텃밭), 바당(바다)에서 나는 재료들을 이용한 음식들은 '고사리콥대사니지짐'에서 '마른멜지짐'까지 그 이름에 대부분 제주방언이 배어있다. 애써 멋부리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차려냈던 일상의 음식들이다. 그래서 일일이 적어놓은 '만드는 법'에 달린 번호가 2~3번에서 끝나는 경우가 적지않다. 말미엔 '제주어 찾아보기'를 실었다.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