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무이탈 판결문 보니 "허가 있으면 절차 부족해도 적법"

군무이탈 판결문 보니 "허가 있으면 절차 부족해도 적법"
추미애 아들 복무한 카투사 5명 판례 분석…'허가권자 허가' 강조
  • 입력 : 2020. 09.13(일) 15:53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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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장관.

검찰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27)씨의 군 복무 시절 특혜 휴가 의혹을 수사하는 가운데, 법원은 지휘관 허가만 있으면 일부 절차가 부족해도 적법한 휴가로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당한 범위 내에서 이뤄진 허가인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인 것으로 보인다.

◇ 법원 "허가권자 허가 있으면 일부 절차 부족해도 적법"

13일 연합뉴스 취재 결과, 지난해 2월 군형법상 군무이탈 혐의로 기소된 카투사 병장 A(27)씨 등 5명의 확정 판결문에는 휴가 및 외출·외박 관련 법원의 판단 기준이 일부 담겼다.

A씨 등은 군무이탈 사실이 적발된 이후 해당 기간 만큼 군 복무를 더 하고 전역했다. 이들은 각각 서로 다른 5곳의 민간 법원에서 재판을 받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3명) 또는 선고유예(2명)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2018년 11월부터 2019년 1월 사이 전역을 앞두고 부대를 여러 차례 무단이탈해 집과 도서관 등에서 머물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총 부대 이탈 일수는 최소 13일에서 최대 29일까지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33일의 군무이탈 혐의 가운데 19일은 무죄를 인정했다. 2심도 이 취지를 유지하면서 정상을 참작해 형의 선고를 유예했으며 이는 그대로 확정됐다.

정 부장판사는 '한국군지원단 및 카투사 관리규정'(육군규정 117)과 '병영생활규정'(육군규정 120), '주한 미 육군 규정 600-2' 한글·영문판,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인사명령, 부대 출입기록 등을 두루 살폈다.

정 부장판사는 "허가권자의 정당한 허가가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이상 허가와 관련된 형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거나 허가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소지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무단이탈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휴가, 외출·외박 및 출장 등의 경우에 있어서 일정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허가권자의 허가를 받는 하나의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절차에 의해 발급받는 증명서는 허가권자의 허가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허가권자의 허가를 받은 이상 설사 형식적인 절차를 결여하거나 증명서를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휴가, 외출·외박 및 출장은 적법하다"고 강조했다.

◇ "허가권자 승인에 위법, 중대·명백한 하자 있으면 문제"

서씨는 2017년 6월 5일부터 14일까지 1차 병가를 냈고, 부대 복귀 없이 6월 15일부터 23일까지 2차 병가를 사용했다. 이후 24일부터 개인 휴가를 쓴 뒤 27일 부대에 복귀했다.

군형법상 군무이탈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으로는 부대나 직무에서 이탈한 행위가 있어야 하고, 주관적 구성요건으로는 군무를 기피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군무이탈 혐의로 처벌받지 않는다.

법원의 판단 기준을 볼 때 관건은 허가의 정당성 여부다. 서씨의 휴가 승인권자인 미2사단 지역대장(이모 전 중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추 장관 보좌관이 병가 연장 관련 전화를 한 사실은 알지만, 청탁이나 외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서씨는 부모 또는 보좌관을 통해 '병가를 연장했으니 복귀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었고, 기존 병가의 복귀일인 14일과 2차 병가 복귀일인 23일 등에 부대 측에서 복귀 언급을 하지 않은 사실도 허가권자의 승인이 있었다는 간접증거가 될 수 있다.

연합뉴스가 확인한 군형법 주석서에는 "상관으로부터 허가를 받고 이탈한 경우 군무 기피의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허가가 허가권자의 권한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경우 등 허가에 위법 내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정당한 허가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 법조계 "승인 사유 밝혀야", "청탁금지법 위반도 따져야"

서씨 측 현근택 변호사는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1차 병가가 끝날 무렵 먼저 구두로 (병가 연장) 승인을 받고 서류는 나중에 제출해도 된다고 해 (2차 병가기간인) 6월 21일에 이메일로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또 같은 달 24~27일 개인 휴가와 관련해서는 "본인이 원하는 때에 갈 수 있는 정기휴가에 해당하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육군 군사경찰(헌병) 출신의 최미경(육사 63기) 변호사는 "병가 연장과 관련한 정상적인 행정처리 여부와 상관없이 지휘관이 승인한 경우 군무이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휘관의 승인이 없는 경우가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또 "지휘관은 보통 엄격한 요건에 따라 병가를 승인하는데 서씨 사례는 의문점이 많아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이라며 "병사 어머니가 유력한 여당 정치인이라는 게 승인 사유였는지 등을 검찰 수사에서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군법무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실무상 지휘관의 구두 승인을 받고 나중에 휴가 사실을 인정해주면 무단이탈죄 성립은 어렵다"며 "서씨 부모나 보좌관이 그 과정에서 연락을 한 사실과 관련해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는 따져볼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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