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주도교육청·한라일보가 함께하는 한라산 숲학교

[기획] 제주도교육청·한라일보가 함께하는 한라산 숲학교
"람사르 습지 가치 일깨우자"… 교육과정 포함 움직임
  • 입력 : 2020. 10.07(수) 00:00
  •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2006년 제주에선 처음으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물영아리'.

난개발로 인한 습지 파괴에
"습지·철새 지키자" 목소리
협약 맺어 람사르 습지 지정
물영아리 등 제주에는 5곳
교육의 장으로 활용 주목
도교육청 등 습지교육 맞손
결의문 채택 위한 활동 시작

"철새가 러시아에서 한 번 뜨면요, 15일 정도를 날아요. 땅도 한 번 안 밟고 먹을 것도 안 먹고…. 철새 도래지라는 데가 그런 철새들이 들렀다가 밥도 먹고 물도 마시고 하는 뎁니다. 근데 그 도래지 개발하면요, 걔들이 날아왔다가 떼죽음을 당해요. 한 종류의 새가 멸종하는 겁니다."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검사외전'에서 나온 대사다. 비록 극중에서 조직폭력배가 환경운동가로 위장하기 위해 급하게 외운 내용이지만, 습지를 보존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했다.

'철새'와 '습지'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은 난개발을 먼저 겪은 유럽에서 시작됐다. 당시 산업화·공업화로 유럽에 있는 습지가 광범위하게 파괴됐고, 이 습지를 중심으로 이동하는 물새의 개체수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1960년대 이를 보전하자는 'MAR 계획'이 수립된 것이다. 이후 1963년 '국제야생조류 보호방침'이 정해졌으며, 1971년 2월 2일에는 이란 람사르에서 유네스코(UNESCO)의 주도 하에 18개국이 '람사르 협약'을 체결한다.

협약은 독특한 생물지리학적 특정을 가진 곳이나 희귀동식물종의 서식지, 물새 서식지로 중요성을 가진 습지를 '람사르 습지'로 지정·보호하고, 각 가입국 영토 내의 모든 습지 역시 되도록 현명하게 사용토록 규정했다. 람사르 협약에 참여한 나라는 현재 160여개국으로 늘어났고, 우리나라는 1997년에 가입했다. 현재 국내 23개 람사르 습지 가운데 제주에는 5개나 분포한다. 물영아리(2006년), 물장오리(2008년), 1100고지(2009년), 동백동산(2011년), 숨은물뱅듸(2015년)가 그것이다.

숨은물뱅듸.

▶동백동산=동백동산은 하천이나 호수와 달리 화산섬 곶자왈 숲 속에 형성된 내륙습지라 지하수 함양률이 높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해 그 가치가 더욱 높다. 독특한 것은 제주의 건천처럼 비가 오면 물이 고였다가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 지나면 물이 빠져버리는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독특함이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제주고사리삼(2001년 발견)을 자라게 했다. 또 주변 곶자왈 곳곳의 습지에서는 순채, 통발, 남흑삼릉 등의 습지식물과 발풀고사리, 제주고사리삼, 홍지네고사리 등 양치식물들이 어우러진다. 봄이 되면 물장군과 물방개, 참개구리, 제주도롱뇽, 두점박이 사슴벌레, 긴꼬리딱새, 팔색조, 쇠살모사, 비바리뱀 등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제주에서는 최초로 지난 2018년 지역상품과 친환경 농산물 등에 람사르 습지 로고를 6년간 사용할 수 있는 '람사르 습지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물영아리=물영아리 오름 습지는 우리나라 최초로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고, 국내에선 다섯 번째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는 등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빼어난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은 곳이다. 오름 정상에 있는 화구에 물이 차 있는 '분화구 습지(산정호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으며, 습지 퇴적물에 대한 AMS 방사선 탄소연대 측정 결과 약 2100~2800년 전에 퇴적된 것으로 추정됐다. 주민주도형 습지 관리와 보전활동을 꾸준히 추진하면서 지난해 6월 람사르 습지도시 최종 후보지로 선정돼 2021년 개최될 제14차 람사르총회에서 최종 인증을 받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장오리=물영아리와 마찬가지로 분화구 습지로 이뤄졌는데, 둘레 약 1㎞·깊이 40m에 이를 정도로 넓고 깊다. 멸종위기종 2급인 물장군, 맹꽁이, 물여귀 등 곤충 47종과 8종의 양서류와 파충류, 210종의 습지식물 등 다양한 생물군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꼽힌다. 화산이 분출한 시기도 1만년 전으로, 백록담(1만9000년 전 이전), 사라오름·논고악(1만2000년 전 이전)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분출했다. 습지로의 모습을 갖춘 것은 900년 전으로 조사된 바 있다.

▶숨은물뱅듸=한라산 산정에서 해발 980m에 위치해 있으며, 물이 잘 빠지는 화산지역에 형성된 특이한 산지습지이다. 숨은물뱅듸에 존재하는 물웅덩이는 '고층습원형 오미'라고 분류되는 국내 희귀형 서식처로, 고유의 생태계가 양호하게 보전돼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환경부가 발표한 정밀조사 결과 식물은 총 291종, 조류는 33종, 포유류 6종, 양서파충류 9종 등 총 528종이 확인됐다. 또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1급 매, 2급 자주땅귀개, 긴꼬리딱새, 애기뿔소똥구리 등 총 4종이 발견됐다.

▶1100고지=면적이 12만5511㎡에 달하며 한라산 고원지대에 형성된 대표 산지습지다. 담수량이 많지는 않으나 담수 기간이 길어 야생동물의 중요한 물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으며,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매, 2급인 말똥가리와 조롱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황조롱이, 두견, 제주도 특산종인 제주도룡뇽, 한라북방밑들이메뚜기 등이 서식하고 있다. 한라산 고유 식물인 한라물부추와 우리나라 고유 식물인 지리산오갈피도 제주에서 유일하게 분포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교육의 장으로=이러한 '람사르 습지'의 중요성을 학교 교육과정 안에 담으려는 움직임이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제주도교육청과 경남우포생태분원, 전남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 국가환경교육센터 등 11개 기관·단체가 습지교육 확대를 위해 손을 맞잡은 것이다.

이들 기관·단체의 본격적인 활동은 이달 7일부터 8일까지 제주 마레보리조트에서 열리는 '2020 람사르 습지교육 결의문 채택을 위한 국내 워크숍'을 통해 시작한다. 지난 7월 '습지교육 결의문' 초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끝내고, 이번 워크숍에서는 최종 결의안 작성을 위한 검토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후 최종 결의안이 완성되면 내년에 개최될 예정인 '제14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이 결의문에 대한 채택을 추진한다. 결의문의 취지는 '학교 습지교육 및 이행계획 지원 확대'인데,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람사르협약 선도국으로 도약,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 습지보전 인식증진 및 습지교육 활성화까지 도모한다는 것이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습지는 전 세계 생물종의 40% 이상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라며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습지와 그 가치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고,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에 대한 교육이 더 중요해졌다"고 했다. 이어 "이번 워크숍은 소중한 습지를 후대에까지 건강하게 물려주기 위한 '습지교육 활성화 결의문'이 람사르총회에서 채택될 수 있도록 초안을 검토하는 자리"라고 덧붙였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32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