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크림빵과 나의 존엄함을 맞바꿈 했다.
SNS에서 보니 어느 동네 모 빵집의 크림빵이 정말 예술이란다. 그렇다면 먹어봐야지. 5~6평(20㎡)쯤 돼 보이는 빵집에서 빵과 커피를 사면서 개인정보를 작성했다.
빵을 사 들고 빵집 앞에 서서 잠시 고민했다. “강다혜는 10월 5일 퇴근길에 빵집에 들러 4700원어치 빵을 사 먹었다”라는 ‘투 머치’ 정보는 대체 누구에게 전달되는 걸까? 모인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나 개인의 영향력이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 것 같다. 중대한 시국이지만 퇴근길에 빵 사 먹었단 얘기 정도는 누군가에게 흘러 들어가도 큰 질타를 받을 정도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같은 날 우연히 같은 빵집에 들른 신원 미상의 A씨가 내가 사는 동네, 내 핸드폰 번호를 보고 연락이 오면 어쩌지? 내 번호를 저장해서 O톡 프로필을 확인한 일면식 없는 B씨가 나에게 다가와 "다혜야"라고 부르면?
결국 그날 내 개인정보의 가치, 내 동선이 밝혀지는 데에 대한 두려움을 빵 냄새가 이겨냈다.
내 개인정보와 돈을 주고 교환한 빵은 예상한 것보다 훨씬 고소하고 달콤했다. 빵이 사라지고 나니 다시 스멀스멀 생각이 떠오른다. 내 개인정보가 크림빵만 한 정도의 가치일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민의 생명권이라는 대명제 앞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이동의 자유를 양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명권이라는 대전제를 두고 다른 권리에 대해 말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이 사태가 앞으로 1~2년 더 지속될 경우를 고려해 우리 개인에게 미치는 여파와 파장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 이 틈을 타 남의 개인정보를 오용하는 이들에 대한 아주 강력한 처벌도 동반돼야 한다.
<강다혜 행정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