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정상적인 노화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전체에서 약 79만명, 제주도는 1만명이 넘게 치매를 앓고 있다. 다양한 교육, 홍보 매체 등을 통해 치매를 더 잘 이해하게 됐지만, 한편으로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잘못된 정보들로 인해 치매에 대한 오해도 많이 생겼다. 임상 현장에 흔히 접하는 오해는 다음과 같다.
첫째, 치매와 알츠하이머 병은 같은 병이라는 오해다. 치매의 원인이 되는 질환은 수십 가지로 매우 다양하다. 알츠하이머 병은 전체 치매의 60~80%를 차지하고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가 각각 10~15% 정도를 차지한다. 질환별로 근본적인 병리의 차이가 있고, 치매의 첫 증상도 병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둘째, 치매 원인에 대한 오해이다. 치매 가족력과 치매 관련 유전자는 치매 위험도를 높이지만 치매는 유전병은 아니다. 부모의 한 명이 치매일 경우 자식이 치매에 걸릴 확률이 2~3배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65세 이상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게 되는데, 치매 가족력 있는 경우에는 10명 중에 2~3명이 치매를 앓고 나머지 7~8명은 괜찮다. 현재 임상에서 시행되는 아포지단백 E 유전자 검사에서 치매 관련 유전자가 하나 있더라도 치매가 걸릴 확률이 2~3배 높아지는 정도로 치매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와 비슷하다. 또 한 가지 예로, 알루미늄 캔으로 마시거나 알루미늄 냄비로 요리하면 알츠하이머 병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미신이 있다. 알루미늄은 건강한 뇌에도 존재하며 연구자들은 요소와 질병 사이의 인과 관계를 찾지 못했다. 또한 몸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알루미늄은 신장에 의해 제거된다. 따라서 치매 예방을 위해 몸에서 알루미늄을 제거하는 특별한 치료는 필요하지 않다.
셋째, 치매는 곧 의미 있는 삶의 끝을 의미한다는 오해다. 치매 진단을 받은 많은 사람들도 상당 기간 동안에 활동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치매 진단을 받으면 더 이상 혼자 산책을 할 수 없고 즉시 하던 일도 못 하게 될까 두려워한다. 치매가 악화됨에 따라 개인이 삶을 영위하는 방식이 바뀔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미 있는 삶의 끝은 아니다.
넷째, 치매 예방약이 존재한다는 것은 오해다. 현재 치매를 예방하는 약은 존재하지 않고 예방하는 생활습관만 존재한다. 2018년 28개 연구들을 분석한 연구에서 다양한 비타민 또는 미네랄 보충제가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2020년 란셋 위원회(lancet commission) 치매 예방, 개입 및 관리 보고서에서 치매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을 발표하였는데 낮은 교육 수준, 고혈압, 청각장애, 흡연, 비만, 우울증, 신체 활동 저하, 당뇨병, 사회적 활동 저하, 알코올, 외상성 뇌 손상, 대기오염 총 12가지이다. 12가지의 위험 요소가 전 세계 치매 발병의 약 40%를 차지하며, 이론적으로 12가지의 위험인자를 잘 관리하면 치매를 예방하거나 지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치매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무분별한 정보가 많아지면서 치매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늘어나고 있고, 이는 치매의 예방, 진단, 치료의 모든 영역에서 걸림돌로 작용한다. 치매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벗어나서 치매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적절히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준혁 제주특별자치도 광역치매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