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만석의 한라칼럼] 우리 사회의 공정

[문만석의 한라칼럼] 우리 사회의 공정
  • 입력 : 2020. 11.03(화)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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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이 화두인 세상이다. '수저 계급론'이 우리 사회의 태생적 불공정을 건드린 불씨였다면, 작년 여름의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의 공정을 뜨거운 논쟁의 장으로 불러냈다. '공정'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공평하고 올바름'을 뜻하는데, 공정을 논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견해에 따라 서로 다른 공정을 외치는 현실은 언뜻 기이하게 다가왔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논란은 우리 사회의 공정을 다시 소환했다. 이 논란은 기존 비정규직의 무임승차와 청년 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에 기인하지만, 공정한 경쟁의 장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당위의 문제이기도 하다. 청년 세대의 속내는 요행에서 얻어지는 결과가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로 자신의 노력과 능력을 평가받는 것이었다.

최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경우 채용인원의 30%를 지역인재로, 나머지 20%는 타지역 지방대생을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이 방안이 다시 우리 사회 공정의 문제를 건드린다. 물론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공공기관의 이전 자체가 지방의 공동화를 막고 지역 균형을 이루자는 취지이니, 좋은 일자리가 적어 청년 인구의 유출이 심한 지방의 특성상 지역인재 우선 채용은 지방대의 존립과 더불어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명확히 해야 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지역인재는 지역에 사는 인재인지, 아니면 지역 출신 인재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대부분 정책에서 지역인재는 그 지역 대학을 나온 청년을 의미하는데, 왜 대학이 기준이 돼야 하는지 근거가 없다. 그 지역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수도권 대학을 졸업한 청년은 지역 정체성을 지니고 있어도 지역인재가 아닌 것인가. 더구나 같은 고교를 졸업한 고졸 청년은 지역인재이고, 수도권 대졸 청년은 지역인재가 아니라면 학력에 따른 차별의 문제가 된다. 현재 공기업과 공기관의 채용은 블라인드 채용으로 이뤄진다. 블라인드 채용은 성별·연령·출신지역·학력 등 편견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정보를 배제해 능력 위주로 인재를 선발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지역인재 50% 채용 방안이 역차별의 문제를 해소하려면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구체적 대답이 선행돼야 한다. 더구나 현재 지역인재 의무 채용 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인재 의무 채용 비율에 미달하는 문제에 대한 해답도 찾아야 한다.

삶이 공정하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삶은 원래 불공정한 것이니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올 수도 있다는 희망고문을 되뇌이며 살아왔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청춘의 고통을 당연시하고, 흙수저로 느끼는 차별과 불공정은 타고난 운명이라고 자책했다. 이제 한 시절을 지나 공정이란 단어가 박제된 용어가 아니라 광장에서 행동으로 분출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욕구의 분출과 더불어 공정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내 편과 내 주장만 옳음'으로 변질된다. 의사와 기자와 검사의 공정이 다르고, 시대와 이념에 따른 각자의 공정이 분출되는 광장이 다르다. 그래서일까. 누구나 공정을 이야기하는데, 누구에게도 공정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이제나 저제나 공정은 참 요원한 일이다. <문만석 사)미래발전전략연구원장·법학박사·독자위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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