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한 범행과 시신훼손' 524일간 충격 일단락

'대담한 범행과 시신훼손' 524일간 충격 일단락
부실수사·진실공방·신상털기·선정보도 부작용
  • 입력 : 2020. 11.05(목) 10:46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거센 비난 받으며 호송차 탑승하는 고유정.

대한민국을 충격과 논란에 휩싸이게 한 고유정 사건이 대법원 확정판결로 일단락됐다.

 고유정(37)은 5일 전남편 살해 혐의로 결국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2심 결과와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6월 1일 고씨가 긴급체포되며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524일, 고씨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지 494일 만이다.

 고씨의 범행은 제주 지역사회는 물론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다.

 제주에서 살해한 전남편의 시신을 경기도까지 이동하며 훼손·유기한 대담한 고씨의 범행에 모든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현재까지 전남편 시신은 그 일부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게다가 전남편 살해 3개월 전 고씨의 의붓아들까지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알려지자 각종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고씨의 의붓아들 살해 의혹은 결국 대법원에서도 무죄 판결이 났지만, 이 사건은 잔혹한 범행과 성폭행 진실공방, 거짓말, 부실수사, 신상공개 등 각종 선정적인 요소로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모았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마치 양파껍질이 벗겨지듯 계속해서 충격적인 새 증거들이 쏟아져 나와 연일 주요 뉴스로 보도됐다.

 이 과정에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했다.

 특히 혈연·지연으로 얽힌 제주와 같은 좁은 지역사회에서 사건의 파문이 매우 컸다.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경찰이 여성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고씨는 물론 가족 등 주변인에 대한 '신상털기'가 횡행했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고씨 가족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면서 '현대판 연좌제'라는 말까지 나왔다.

 고씨와 연관 없는 애꿎은 피해자들이 나오기도 했다.

 커뮤니티나 뉴스 댓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근거 없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졌다.

 제주의 한 렌터카 회사는 '고유정 가족의 회사가 A렌터카로 이름을 바꿔 영업한다'는 잘못된 정보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또 고씨가 도내 모 대학교 화학과 출신으로, 전공 지식을 범행에 이용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고씨의 전 남자친구가 실종돼 대학 동기들이 경찰에 실종 신고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으나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대학 화학과 측은 "고씨가 우리 학과 출신이 아니다"라고 밝혔고, 경찰에서도 2001년부터 2017년까지 도내 남성 실종자에 대해 전수조사했지만, 고씨와 관련된 실종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유정의 범행을 두고 선정적인 면을 부각해 자극적으로 다룬 언론사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시민사회단체를 통해 제기됐다.

 취재가 과열되면서 사건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고유정의 외모·성격·언행 등을 버무린 추측성 보도가 난무했고, 과도한 보도경쟁으로 인해 근거 없는 소문이 확산했다는 것이다.

 경찰의 부실수사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고유정 사건과 관련해 실종수사 초동조치 미흡, 범행현장 보존 미흡, 압수수색 당시 졸피뎀 미확보 문제 등 부실수사 논란이 제기되자 경찰청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벌였다.

 진상조사팀은 당시 수사팀이 '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고유정의 거짓 진술에 속아 시신유기를 막지 못하는 등 시간을 허비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이 같은 사례가 반복하지 않도록 실종 수사 매뉴얼을 개선하는 등 시스템을보완하기로 했다.

 최낙진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고유정 사건의 경우 사건의 발생·검거·구속·선고 등 주요 시점에만 보도되던 일반적인 사건과는 다르게 고유정 주변인에 대한 보도는 물론 재판의 모든 과정이 다 보도됐다"며 "공익적인 측면에서 범죄를 다룬다기보다 대중의 관심만을 좇는 황색저널리즘화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든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연합뉴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180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