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교사인지 행정실무원인지 헷갈려요"

"제가 교사인지 행정실무원인지 헷갈려요"
12일 '수업나눔축제' 두 번째 날 행사 진행
제주 초등교사들 익명으로 고민 사연 빗발
원격수업·마스크·업무 과중 내용도 '다양'
  • 입력 : 2020. 11.12(목) 17:02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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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치훈(오른쪽) 제주동초 교사와 이완국 전 초등교사가 교사들의 고민을 낭독한 뒤 상담을 해주고 있다. 이상국기자

"6학년 쌍방향 온라인 수업 중 학생이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모니터에 게임화면이 뜨는 경우도 있습니다. 노래나 게임을 꺼버릴 수도, 끈 것을 확인할 수도 없으니 참 답답했어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교사로서의 정체성에 많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방과후 업무를 맡았는데, 교육복지라는 이름 하에 업무량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어요. 업무에 파묻히면서 내가 교사인지, 교육복지사인지, 행정실무원인지 헷갈립니다."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제주 교사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도교육청은 12일 제주미래교육연구원 수학체험관에서 '제5회 수업나눔축제' 두 번째 날 행사인 '초등학교 수업 나눔'을 진행했다.

 '변화의 길 위에서 수업 고민하기'라는 주제로 온라인 생중계된 이날 행사에서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들이 익명으로 고민을 보내면, 이를 장치훈 제주동초 교사와 이완국 전 초등교사가 낭독한 뒤 상담을 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날 들어온 고민 대부분 코로나19로 달라진 수업 환경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온라인 수업의 어려움이나 마스크 착용으로 발생한 문제 혹은 해프닝, 행정 업무 과중 등이다.

 올해 전담교사 및 방과후 업무를 맡은 한 교사는 "학부모 민원, 담임 교사의 문의 전화 등으로 숨이 턱턱 막하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런 생각을 하면 안되지만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진행돼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원격수업을 준비하는 또 다른 초등교사는 "전담과목 외에 과목들도 담당해야 하는 입장에서 유튜브보다 나은 컨텐츠를 만들 자신이 없다"며 "여기에 수업 중 학생의 태도나 생활지도에서도 큰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고민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속상하기도 하다"고 푸념했다.

 이에 대해 이완국 전 초등교사는 "언론에 이러한 교사들의 고민하는 모습을 비춰주면 학생과 학부모의 이해의 폭도 넓어질 것"이라며 "다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말은 마음이 쓰인다. 그런 것들까지 신경쓰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업무를 하는 것까지는 자신의 몫이라 생각하고, 알아주는 건 타인의 몫이라고 생각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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