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모든 일들이 코로나19와 연관된다. 코로나19를 제외한 2020년 여름의 이슈는 긴 장마와 태풍 마이삭을 빼놓을 수 없다. 매년 여름철 반복되던 폭염, 가뭄 문제와 상반된다.
이산화탄소 증가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해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극단적 기후패턴을 유발한다. 세계 각지에서 전에 없던 기후 양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40도를 훌쩍 넘는 유럽의 폭염, 6개월간 지속된 호주의 산불 등의 피해 사례는 기후변화 문제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주도는 기후변화 영향의 중심에 있다. 한라산 구상나무숲이 사라지고, 우리 먹거리인 한치 등의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 기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가뭄이 잦아지고, 지하수량의 부족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상승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제주 인근 해역의 해수면상승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고, 세계 평균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용머리해안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함덕해변, 협재해변이 역사책에 사진으로 기록되고 도민에게 기후난민이란 수식어가 붙을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기후변화는 기존과 다른 삶의 혜안을 요구한다. 그 첫걸음은 기후변화의 이해와 관심이다. 우리의 생활 속 실천과제(에너지 절약, 녹지공간 조성, 폐기물 관리 등)들은 미약할지 몰라도 후대에 더 많은 대지를 남겨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원고를 쓰고 있는 나조차도 반성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올해의 긴 장마는 코로나19로 인한 인간행동의 변화 때문이었을까. 장마가 길어진 탓에 귤 농사가 흉작일까 걱정이다. 어쩌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기후가 투정을 부린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기후없이 살아갈 수도 없는데 그동안 너무 무심했던 것은 아닌지 자책해본다. 이제는 기후에게 우리의 관심과 노력을 보여줄 때이다. <박창열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