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주愛빠지다] (13)박상호·박정경씨 가족

[2020 제주愛빠지다] (13)박상호·박정경씨 가족
다섯 식구가 함께 부르는 제주찬가
  • 입력 : 2020. 11.24(화)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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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와 함께 제주살이를 꾸려가고 있는 박상호(오른쪽) 박정경씨 부부. 백금탁기자

"남편은 음악카페 운영… 아내는 동화작가"
발달장애아동 위한 책쓰기·사회활동 열중

제주에선 겨울이면 붉은 동백꽃이 더 아름다운 이유가 있다. 차가운 날씨에도 제 색깔을 내며 피어나는 동백꽃처럼 지난 6년 힘든 제주살이를 잘 견뎌온 가족이 있다.

박상호(50)·박정경(45) 부부와 성하(12), 그리고 쌍둥이 건하(9)·정하(9) 삼형제 등 모두 다섯 식구다. 2015년 제주에서 1년만 살자던 가족들에게 6년이라는 시간은 가족애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제주는 이젠 떠나 살 수 없을 것 같은 고향이 됐다. 부부에게나, 아이들에게나 제주살이는 "만족"이다.

지난 시간들이 모두 행복한 순간만은 아니었다. 남편 상호씨는 국내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육아휴직 2년에 이어 복직 후에도 3년간 제주와 서울을 오가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지난해 말, 20년 동안 일했던 직장을 그만두고 오롯이 가족 모두와 제주살이에 열중하고 있다. 최근 광양초등학교 앞에 '20세기 소년'이라는 음악카페를 운영하면서 앞으로 제주에서의 삶을 설계하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하나둘 모아온 LP판 7000장과 CD 3000장을 소유하고 있는 마니아다.

"대학 때부터 자전거로 제주도 일주를 했고, 그 외에도 제주여행을 참 많이 했죠. 그럴 때마다 제주에서 살고 싶다는 말을 주문처럼 하곤 했었죠. 요즘은 숲길, 올레길, 둘레길, 오름 탐방에 재미를 붙였고 현재 오름 170~180곳을 오른 것 같은데 앞으로 제주의 오름 전체를 오르는 게 목표입니다. 진행형이지만 제주살이는 만족하고 있고, 아이들이 다 자라면 퇴직금으로 마련한 (제주시 한경면)고산 땅에서 전원생활하면서 작은 음악카페를 운영하며 지낼까 생각 중입니다."

'부창부수'다. 동화작가인 부인인 정경씨도 남편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삼형제를 키우고 책을 쓰느라 제주살이는 그리 녹록치 않았다. 낯선 땅, 사람, 언어 등 모두가 처음 대하는 막연함이 힘겨웠지만 특유의 외향적 성격을 발휘하며 이제는 '제주사람'이 다 됐다.

그는 장애를 가진 자신의 둘째아이와 함께 성장해 가는 과정과 부모로서의 미안함을 담은 그림책 '엄마는 너를 위해'를 시작으로 발달장애아동 부모 모임 '제주아이 특별한 아이' 회원들과 공동 제작한 '우리 아이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태양을 보다' 등에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제주에서의 삶의 궤적을 기록하고 있다.

"제주에 정착한 가장 큰 계기는 아이들 때문이었죠. 둘째 건하처럼 제주도 내 발달지연이나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육아와 돌봄, 교육과 직업훈련, 직업인으로서 아이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연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작은 소망입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인 '별난 고양이의 꿈밭'을 만들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모든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칼바람을 이겨내는 동백꽃은 추운 겨울이 오면 노란 동박새를 위해 달콤한 꿀을 만들어 내어준다. 이들 부부들도 이처럼 아이들을 위한, 그리고 자신들을 위한 값진 삶이 더욱 단단해질 수 있도록 한발 한발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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