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제주도 사람들이 불렀던 이름 변질 왜곡

[책세상] 제주도 사람들이 불렀던 이름 변질 왜곡
오창명의 ‘일제강점기 제주 지명 문화 사전’
  • 입력 : 2020. 12.04(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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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문헌·논문 지명 목록화
국한문·일어·로마자 표제어


'제주도 오름과 마을 이름'(1998), '제주도 마을 이름 연구'(2002), '제주도 오롬 이름의 종합적 연구'(2007) 등을 펴낸 오창명 제주국제대 교수. 제주 지명 연구 등 제주에 흩어진 제주 방언 이름들의 연원을 밝히는 일에 열정을 쏟아온 그가 이번엔 '일제강점기 제주 지명 문화 사전'을 묶었다.

660여 쪽 분량으로 만든 이 사전은 식민 통치 시기인 일제강점기에 간행된 지도, 문헌, 논문 등에서 쓰인 제주 지명을 목록화했다. 국한문, 일문, 영문 자료를 망라했고 이를 한글, 한자, 일본어 가나, 로마자 표기 등으로 나눠 지명 표제어를 뒀다. 거기에 지명의 유래와 변천, 문화적 의미를 덧붙였다.

사전 제작에 활용된 일제강점기 자료는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제주 이외의 출신자들이 썼다. 이와 관련 저자는 당시 제주도 사람들이 불렀던 지명이 한글이나 한자, 가나, 로마자 등을 이용해 제대로 표기되었는지 의문인 것이 매우 많다고 했다.

제주 지명은 이른 시기엔 순우리말로 쓰인 것이 일반적이었다. 한자어가 들어오면서 그것을 중국식이나 우리말식으로 활용해 쓰는 과정에 변질되거나 왜곡되는 일이 많아졌다.

저자는 제주시 애월읍 산간에 있는 새별오롬(새별오름)을 한 예로 꼽았다. 고려시대에는 한자를 빌려 曉星吾音 또는 曉星五音(효성오음)으로 썼다. 한자 '효'는 새벽, '성'은 별을 뜻한다. '오음'은 우리말 오롬(오름)을 가능한 한 소리나는 대로 표기한 것이다. 그러다 '오음'으로 적었던 한자어는 '우뚝 솟은 뫼(산)'를 뜻하는 한자 '嶽(악)'의 약자인 '岳'으로 나타난다. 1539년 '신증동국여지승람'엔 이를 曉別岳(효별악)으로, 1653년 이원진의 '탐라지'는 曉星岳(효성악)으로 기록했다. 이는 1899년 '제주지도'에 新星峯(신성봉), 일제강점기 1대5만 지형도에서는 新星岳(신성악)으로 등장한다.

그는 이들 이름이 모두 순우리말이나 순우리말의 변음을 한자를 빌려 나타낸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효별악, 효성악, 신성봉, 신성악처럼 "한자 차용 표기로 된 오롬 이름은 정상적인 제주 오롬 이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제주학연구센터 제주학총서. 한그루. 4만5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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