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史記)’에 ‘역전불여봉년(力田不如逢年)’이라는 말이 있다. 힘써 농사짓기보다 풍년을 만나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천자에게 아첨한 인물을 기록한 영행열전의 첫 구절인데 좀 뜬금없이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사람이 애써도 기후가 나쁘면 농사를 망친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즉, 사람의 힘이 자연에 미치지 못함을 비유한 것이다.
현대사회의 농업은 기후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농업생산성 저하로 인한 식량의 불안정적 수급이다. 식량은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비한 식량의 안정적 수급은 국가차원의 노력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의 식량안보 인식은 여전히 미흡하다. 매년 언론에서 반복되는 쌀 재고량 증가, 쌀 소비량 감소 등의 문제가 식량안보 인식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독립된 공간인 제주도는 선제적 정책의 테스트베드 적지이다. 제주도가 기후변화에 대응한 식량안보의 도입을 앞장서서 검토했으면 한다. 제주도는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정책으로 농업생산기반 정비, 농작물 신품종 개발, 아열대성 병해충 모니터링 등 전략적 사업을 추진 중에 있지만, 작년 풍조우순(風調雨順)으로 제주농업은 수요공급의 비탄력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농업의 최우선 가치는 역시 식량의 안정적 수급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피해에 대해 우리 정부의 대처는 아직 구호·구급의 수준이다. 이는 근본적 대처가 될 수 없다. 앞으로 기후변화 영향이 심화되고, 육지로부터 식량 공급루트가 단절될 수도 있다. 어떠한 악조건에도 도민이 지역의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공급받고 소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본 고가 제주형 식량안보 도입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이동관 중부대학교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