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갈등이 작년 8월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의 공식적인 사과 및 제19회 함상토론회 제주 개최 등의 노력으로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해가 바뀐 올해는 제주도와 해군이 작년 8월에 체결한 ‘상생발전협약서’ 상의 주요 관심 사항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지역적인 사안을 뛰어넘어 좀 더 큰 틀에서 상생할 수 있는 정책들을 구상해 나가야할 적기로 판단되며, 이에 따라 몇 가지 정책적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는 제주도에 군병원을 건립하는 것이다. 군병원이 전국적으로 분포해 있지만 유독 제주에만 없다. 제주도의 민간 의료지원 체계가 다소 미비한 것과 마찬가지로 군도 그렇다. 그러나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면서 기존 해병·특전부대 등을 포함하여 전개 부대 규모도 커졌으며, 특히 코로나 상황을 경험하면서 도내 의료지원 시설 및 인력 보강이 절실함을 느낀다. 군병원 건립 시 현지 군부대 의료지원 및 육지 환자의 요양지원은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 제한된 의료 서비스가 가능하며, 특히 코로나 상황에서 확진자 증가로 도내 의료시스템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 시 군병원 시설 및 관련된 의료 인력은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요충지인 제주도와 국가 해양력의 핵심인 해군은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해양강국 건설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하면서 정부와 해군이 약속했던 지역발전사업 중에 ‘해양박물관’ 건립 사업이 있는데 이 사업을 좀 더 발전시켜 ‘해양사·정책연구센터(가칭)’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이 센터를 통해 국민(도민)의 해양사상을 고취시키는 사업-이순신, 장보고 등 해양 선각자 및 해양활동 연구와 교육, 군부대와 연계한 해양 체험 등-은 물론, 해양 환경 및 해양안보 관련 연구 및 정책 제시 등이 가능해 정부의 해양강국 건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세 번째는 지역 교육기관과 공공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국립대학인 제주대학교에 해군 장교로 입문할 수 있는 군사학과를 신설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아닐까 생각된다. 해군의 핵심 전략부대가 전개해 있는 제주도의 학생들에게 해군 장교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 주는 것은 제주도-해군간의 상생·협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매우 미래지향적인 정책으로 큰 이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재외동포재단이나 제주지방기상청, 국가태풍센터 등 해군과 업무적으로 관련 있는 기관과의 폭넓은 교류·협력은 상호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사안마다 좀 더 구체적인 정책적 판단을 해봐야겠지만 중요한 것은 제주도와 해군이 강정마을과의 진정한 관계 회복은 물론 이를 뛰어넘는 보다 큰 차원에서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이런 정책 결정과 시행에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에 현 시점에서 이런 논의가 좀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어떤 정책을 추진하든 제주도와 해군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간다면 이는 제주도와 해군의 미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며, 나아가 해양강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다. <남동우 제주대학교 교수.예비역 해군 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