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우의 한라시론] 또난 생각 - 아름다움에 관하여…

[강종우의 한라시론] 또난 생각 - 아름다움에 관하여…
  • 입력 : 2021. 01.28(목)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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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의 반대말을 아시나요?" 왠 생뚱맞은 소린가 싶다. 어리둥절하긴 필자 또한 마찬가지. 벌써 십 년을 훌쩍 넘겼나 보다. 사회적기업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신영복 선생이 불쑥 던졌던 질문이다. 저마다 밉다, 추하다 중얼대며 이리저리 머리 굴리던 기억이 새롭다.

보다 못한 선생이 넌지시 건네신다. '모름답다'아닐까라고. 그 한 마디에 되레 다들 '멘붕'...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어원을 따져보면 '아름답다'는 '안다'에서 나온 형용사란다. 따라서 반대말은 '모른다'에서 찾아야 된다는 것. 지금은 본 말뜻이 사라져 그저 '예쁘다' 정도로만 쓰인단다. 그러면서 농반진반 덧붙인다. 요즘 광고에선 생얼을 화장으로 예쁘게 감춘 '모름다운' 외모를 '아름답다'며 치켜세우지 않냐고. 아니 정작 우리가 이렇게 '모름다운' 걸 '아름답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진 않은지 살펴보라 그러신다.

사실 자본은 속성상 모든 걸 모래알처럼 흐트러뜨린다. 제대로 알지 못하게 고립된 섬으로 '모름답게' 갈라놓는다. 시장이란 정글에서 따로따로 살아남으라 부추긴다. '아름다운' 월계관으로 끊임없이 유혹한다. 보이지 않는 시장이 연출하는 멋진 신세계?! 오죽하면 '모름답다'를 '아름답다'로 둔갑시켜 놓을까. 절묘한 상징조작이다. 그래야 자연이든 사람이든 가릴 것 없이 모다 내다 팔도록 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 승자독식의 무한경쟁으로 내몰 수 있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결국 모두가 정글의 낙오자 곧 루저로 남겨질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누군가의 표현 맞다나 인간을 잡아먹는 야수 자본주의나 다름없다. 마치 모든 것을 빨아들여 갈아버리는 '사탄의 맷돌'그대로다. 일찍이 영국 산업혁명의 피폐함과 우울증을 예리하게 파헤쳤던 낭만파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은유처럼.

한번 곰곰이 따져보자. 어쩌면 우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서로 잘 몰라도' 아무렇지 않게 지내고 있지는 않은지. 오히려 모르는 편이 낫다며 살고 있진 않은지. 그만큼 어느새 '모르는 게 약'이란 말에 너무나 익숙해졌다.

정말 '모름답게' 살지 말자! 그날 내내 신영복 선생이 강조하셨던 '머리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발까지의 먼 여행'도 무엇보다 서로 아는데서 출발하지 않을까. 사람이든, 자연이든, 사물이든 경계를 허물고 관계를 맺는 것부터 시작하자. 서로 제대로 알아야 '가슴으로 생각하는' 일이 가능하다. 진정 '아름답게' 사는 법이다.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바로 포스트 코로나시대, 더더욱 놓치지 말아야 할 화두다.

그 다음 '가슴에서 발까지' 머나먼 여행은 '여럿이 함께'하면 좋겠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얘기도 있지 않은가. "소수가 아주 혁명적이고 고상한 생각을 갖는 것보다 다수가 약간 생각을 고치는 것이 더 역사적이고 혁명적인 일이 아닐까?" 이탈리아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사소한 변화가 세상에 더 큰 변혁을 가져온다. 필자는 그리 믿는다. '여럿이 함께 하면 길은 등 뒤에 보인다. '더불어 숲'도 생겨난다. '아름다운' 세상도 만들어진다.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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