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긴 장마에 이은 겨울철 폭설·한파에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겹쳐 농축산물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가계상황이 어려운데다 설상가상으로 설 제수용품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르면서 경제적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제주상공회의소는 올해 설 차례 비용이 4인 가족 기준 26만6870원으로 전년(24만400원) 대비 11.0%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2일 밝혔다. 제수용품 가격조사는 지난달 27~28일 이틀간 도내 재래시장에서 이뤄졌고, 차례상에 과실류 나물 채소류, 육류·해산물류, 기타 가공식품 등 총 26개 품목을 올릴 경우 산출된 금액이다.
과일류(7개 품목) 구입비는 지난해 설 명절보다 28.8% 상승한 7만9290원이 소요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긴 장마 영향으로 공급이 줄어든 사과(5개)와 배(5개) 가격이 각각 1만8330원, 2만830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37.5%, 38.9% 높게 형성되면서다.
나물채소류(7개 품목) 가격도 지난해보다 10.8% 상승한 3만340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재배면적이 증가한 무를 제외한 채소류 작황이 좋지 않은 영향이다.
육고기, 계란, 해산물류(6개 품목) 구입비는 11만6650원으로 지난해보다 3.4%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I로 공급이 줄어든 계란과 조업부진에 따른 오징어 가격이 강세를 보였다. 소고기(산적용, 등심 1㎏)는 지난해보다 0.7% 상승한 5만1000원, 돼지고기(오겹살 1㎏)는 6.5% 오른 2만4650원, 계란(일반란 10개)은 19.8% 상승한 3150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징어(2마리)는 6600원으로, 지난해보다 32.0% 상승세를 보였다.
가공식품류(6품목) 구입비는 지난해보다 4.9% 오른 6만590원선이 소요될 전망이다.
제주상의 관계자는 "생산이 양호한 무·양배추·당근 등 월동채소 가격은 내렸지만 작황이 부진한 시금치, 대파 가격이 상승하고 어획량 감소로 생선류 가격도 올라 설 차례상 준비 비용이 지난해보다 많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와 지자체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비축물량을 최대한 방출하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지역 전통시장 소상공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한 제주지역 물가 상승은 통계청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호남지방통계청 제주사무소가 2일 내놓은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월 도내 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0.5% 상승했다. 전월과 견주면 0.8% 올랐다.
품목별로는 농산물이 1년 전보다 10.2%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축산물과 수산물도 각각 7.7%, 4.4% 올랐다. 서비스 요금은 0.4% 상승했는데, 개인서비스 요금이 0.6%, 공공서비스요금은 0.1% 올랐다. 공업제품은 1.2% 하락했고, 전기수도가스비는 1.8% 값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