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여권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에 '반기'를 든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재차 반대하며 부정부패 역량의 공백 우려를 집중 부각했다.
중수청 설치에 따른 수사력 약화를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이지만 윤 총장의 대응이 사실상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총장은 3일 대구고검을 방문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은 결국 부패가 마음 놓고(완전히) 판치게 하는 소위 '부패완판'"이라며 여권의 중수청 강행 움직임을 재차 비판했다.
'부정부패'는 대구고검·지검 직원들과의 간담회 주제로도 등장했다. 대검은 이날 윤 총장이 직원들과 선진국의 부정부패 법 집행 시스템에 관해 토론한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수청의 대안으로 부정부패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수사·기소권을 보유한 '반부패·금융수사청'을 제안했다.'
실제로 중수청이 설치되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완전 폐지된다. 검찰의 과잉 수사를 견제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당분간 부정부패 대응 능력의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큰 이견이 없다는 것이 법조계 분위기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수사 검사가 공판에 들어가지 않으면 공소 유지가 어려워 분리가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은데 경청할 만하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총장의 이날 '부패완판' 발언은 이 같은 우려를 내세워 수사·기소의 분리 방침을 저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윤 총장은 부정부패의 피해자는 국민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모든 공직자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사·기소 분리 움직임은 이미 지난해부터 공론화됐다는 점에서 검찰 수장으로서 윤 총장의 대응이 한발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기소 분리는 추 전 장관의 취임 직후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의 분리, 수사의 제3자 검토안 등 절충론으로 시작됐지만, 검찰의 직접 수사권 완전 폐지 방침으로 구체화했다.
추 전 장관은 윤 총장과 갈등 중이던 지난해 8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검찰은 여전히 많은 직접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 종국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게 될 것"이라며 검찰의 수사권 완전 폐지를 예고했다.
하지만 검찰의 대응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보다는 '독재 배격' 등 윤 총장의 정치색 짙은 발언만 부각되면서 정작 필요한 대안을 만드는 데는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수청 설치가 현실화하면서 윤 총장이 뒤늦게 여론전에 나섰지만 이미 여권에서는 공감대가 상당 부분 형성된 터라 '속도 조절' 이상의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입법 주체인 국회와의 소통은 포기한 채 국민적 지지를 호소해 일각에선 정치적 행보라는 비판도 나온다. 윤 총장의 임기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점도 입지를 약화하는 요인이다.
윤 총장이 여론전에도 여권의 외면으로 중수청 입법을 막지 못할 경우 남은 카드인 정권 수사에 매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이 오면 윤 총장은 남은 임기 내내 여권과 불화를 빚을 수밖에 없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