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육군 제1훈련소 망각 아닌 교훈으로 거듭나길

[열린마당] 육군 제1훈련소 망각 아닌 교훈으로 거듭나길
  • 입력 : 2021. 04.28(수)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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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 좋은 주말이라, 매해 이맘때처럼 푸르른 청보리의 낭만을 생각하며 가파도로 향했건만 높은 파도가 뱃길을 막아섰다.

잠시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이왕 나선 걸음 모슬포 일대를 둘러봤다.

예전 우연한 기회에 역사문화 탐방을 했던 터라 강병대교회, 섯알오름 고사포진지, 알뜨르 비행장이 낯설지 않았고, 가는 곳마다 안내판에 전쟁, 학살, 비극이란 말과 화해, 상생, 평화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단어들이 왜 함께 쓰여졌는지가 조금은 더 이해가 됐다.

일상으로 돌아와 업무 중에 다시금 우연히 모슬포 기행의 기억들과 마주할 기회가 생겨 육군 제1훈련소에 대한 기록들을 접하게 됐다.

누구나 육군훈련소 하면 논산을 떠올리게 마련이나, 이미 1951년에 모슬포 일원에 한국 최초 신병훈련소인 제1훈련소가 세워져, 논산 제2훈련소로 이전되기 전까지 5년여 기간 동안 약 50만 명의 신병을 배출했다.

또한 이들은 한국전쟁에서 숱한 희생을 치러내며 조국 수호의 크나큰 역할을 했기에 제1훈련소는 제주를 넘어 대한민국 근대 문화유산으로 가치는 충분하다 할 것이나, 이에 대한 체계적 연구 기록은 미비한 실정이다.

이제라도 육군 제1훈련소에 대한 학술 연구와 함께 주민인식 조사가 이뤄진다 하니 늦은 감은 있으나 체계적인 기록을 토대로 근대 역사문화의 현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다크 투어리즘'이란 말을 처음 접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전혀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역사란 그만큼 아픔의 세월들이었기에, 그 질곡을 조금이나마 평화로 승화시켜 내는 작업은 기록이 아닐까 한다. 아픈 역사를 망각의 강에 던져버릴게 아니라 잊지 않고 기억해 교훈으로 삼고자 하는 여러 노력들에 박수를 보낸다. <현혜진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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