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화의 건강&생활]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을 아시나요?

[한치화의 건강&생활]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을 아시나요?
  • 입력 : 2021. 04.28(수)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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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형성이상증후군(骨髓形成異常症候群, myelodysplastic syndrome MDS, 줄여서 골수이형성증)이라는 병명은 아마 처음 들어 보는 분들이 더 많지 않을까 한다. 내과의원 원장님이 빈혈인데 정밀진단을 받아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75세 어르신이 진료실을 찾아왔다. 몇 가지 기본검사에 붉은 핏톨이라고 부르는 적혈구들의 수가 많이 부족했고, 적혈구의 크기가 정상보다 훨씬 큰 빈혈이었다. 빈혈의 원인을 알기 위해 골수검사를 권유했지만 무서워해서 못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골수검사란 엉덩이 양쪽에 딱딱하게 튀어나온 뼈 주변을 국소마취해서 아프지 않게 만든 다음 골수 내용물을 주사기로 조금 뽑아서 현미경으로 보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별탈 없이 검사를 마쳤고, 최종진단은 골수이형성증의 불응성빈혈(不應性貧血, refractory anemia)이었다. 불응성빈혈이란 과거 철분이나 비타민 등을 아무리 투약해도 좋아지지 않아서 붙여진 이름이었지만 이제는 골수이형성증의 한 가지 진단명으로 사용된다.

조혈모세포란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라는 핏속의 혈액세포들을 만들어 내는 씨앗세포로 뼛속 골수에 존재한다. 사람은 일정한 숫자의 건강한 조혈모세포들을 부모님으로부터 받아서 태어난다. 신비하게도 샘물에서 물이 마르지 않듯이 평생토록 이들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고 매일 엄청난 수의 혈액세포들을 만들어 낸다. 또한 조혈모세포들을 거부하지 않도록 면역을 충분히 억제시켜 놓은 다른 사람에게 수혈하면 그 사람 몸에서 똑같은 혈액세포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조혈모세포들 가운데 하나가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발생한 몇 가지 질병들을 하나로 묶어서 부르는 병명이다. 골수에서 성장하고 있는 혈액세포들이 정상과 다른 변형된 모습을 갖고 있으며, 이들의 염색체와 유전자들에 다양한 변화가 자주 발견된다. 돌연변이된 조혈모세포는 혈액세포들로 충분히 성장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성장하는 동안 미리 스스로 죽어 없어져서 빈혈은 물론 백혈구나 혈소판 감소가 일어나기도 한다.

골수이형성증은 진단을 받고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환자들에서 급성백혈병으로 탈바꿈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그래서 골수이형성증이 과거에는 전백혈병(前白血病, preleukemia)으로도 불렸다. 그동안 개발된 다수의 약물들이 골수이형성증의 병세를 일시적으로 좋아지게 할 수는 있을지라도 완치를 기대할 수 없는 참 어려운 병이다. 만일 완전히 낫기를 원하면 환자 몸속의 병든 조혈모세포들을 많은 양의 항암제와 전신방사선치료로 모두 없애 버린 다음 다른 사람이 기증해준 건강한 조혈모세포들을 이식해서 완전히 새로운 조혈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이식이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높기 때문에 비교적 젊은 나이의 환자들에게만 추천된다. 골수이형성증의 치료법은 혈액세포들이 부족 한 정도와 급성백혈병으로 넘어갈 위험도, 환자의 나이와 건강상태, 핏속 에리스로포이에틴 농도, 염색체 이상 등을 충분히 고려해서 선택된다. 이렇게 복잡한 내용을 잘 모르면서 함부로 약을 사용할 일이 아니다. <한치화 제주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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