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김성은 "제주 친환경을 넘어 必(필)환경으로 가야 "

떠나는 김성은 "제주 친환경을 넘어 必(필)환경으로 가야 "
[한라인터뷰] 제주출신 김성은 주브루나이 대사 내정자
제주 국제관계대사로 2년여 간 국제 관련 업무 수행
현지 부임 앞서 제주발전 위한 고언·계획 등 피력
"환경·교육·문화·관광·회의 등 5개분야 집중 육성을"
  • 입력 : 2021. 05.12(수) 18:12
  • 고대로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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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주브루나이총영사 내정자.

외교부는 지난달 김성은 제주특별자치도 국제관계대사를 주브루나이 대사로 내정했다.

 제주출신인 김 대사는 지난 2년 2개월동안 국제관계대사로 일하면서 투자유치와 수출지원, 국제행사 유치 및 개최 지원, 해외 교류활동 지원 등 국제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조만간 브루나이로 떠나는 김 대사를 12일 집무실에서 만나 그동안 제주생활에 대한 소감과 제주발전을 위한 고언, 계획 등을 들어 보았다.

 ▷제주에 대한 소감은 어떤지요=지난 2019년 2월 36년만에 고향에 왔는데 너무나 많이 변해 있었다. 난개발이 심각하고, 도시 미관 및 경관, 얽히고 설킨 전선과 통신선, 주차난, 물과 쓰레기문제, 도심에 부자연스런 고층빌딩이 들어서는 등 도시계획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 서울의 주요 지역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땅값이 많이 상승하다보니 이웃과의 갈등과 분쟁이 매우 많아졌고 제주의 전통적인 정서도 거의 다 무너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제주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너무 아쉽다.

 하지만 희망도 보였다. 도민들이 환경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동안 환경문제에 대해 조직화되지 못했는데 제2공항과 관련해서는 환경에 대한 인식이 강해졌고 도민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주었다.

 ▷제주도 앞으로 어떻게 가야하나=제주도는 친환경을 넘어서 필 환경으로 가야 한다. 그 핵심에는 '천천히'와 '둥글둥글' 또는 '구불구불'이 있어야 한다. 직선 도로보다는 자연환경을 그대로 살린 구불구불한 도로가 돼야 한다. 그래야 관광객들이 힐링을 하기 위해 오래 머물게되고, 결국은 도민들에게도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 제주를 천천히 돌아다닐 수 있도록 도정 정책에 스며들어야 하는데 그런게 없어 아쉽다. 도민들과 다음 도백은 이런 것에 관심과 신경을 가져야 한다.

 ▷국제자유도시제주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제주는 국제자유도시와 어울리지 않는다. 지리적으로 정서적으로도 그렇다. 국제자유도시인 홍콩과 싱가포르, 이중 싱가포르는 태풍이 없어 1년 내내 하늘길과 바닷길, 땅길이 열려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땅길이 없을뿐더러 강풍이나 돌풍, 태풍, 폭우나 폭설 등으로 하늘길과 바닷길이 종종 막힌다. 또 홍콩과 싱가포르에는 배후도시나 지역이 있다. 국제 물류도시로써 물류량이 많지만 제주도는 물동량이 거의 없다. 또 이들 국제자유도시는 다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 도민들이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다 영어를 공부하고, 이를 써야 할 것인가. 그럴 의지가 있는 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

 그래서 제주도는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을 해야 한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다. 청정제주를 슬로건으로 환경과 교육, 문화, 관광, 회의 등 5개 분야에 집중함이 바람직하다. 영어교육도시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등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어 이를 잘 활용하면 된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은 특별자치도와 국제자유도시가 서로에게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과 국제자유도시 조성 특별법으로 분리해야 한다. 이렇게함으로써 제주자치도 특별법에는 제주어와 보물지정·해녀·유배·마을공동목장과 같은 문화와 역사, 용천수·오름·곶자왈과 같은 자연환경, 조랑말·흑돼지·감귤과 같은 제주특산물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적인 내용들을 담을 수 있고, 또 담아내야한다.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이행하는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도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국제도시공사나 국제도시센터로 바꾸어야만 활동의 폭이 훨씬 넓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 '개발'에 치우쳐왔다면, 앞으로는 제주환경을 지키고 청정제주를 만드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물론, 협력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제주특별자치도와 협력함으로써 시너지효과도 낼 수 있다.

 ▷앞으로 계획은 =제주와 브루나이 발전을 위한 일에 기여하고 싶다. 보르네오섬에 위치한 브루나이는 열대우림과 풍부한 천연자원으로 유명한 나라다. 우리나라는 1984년 브루나이가 독립하기 전부터 브루나이에 총영사관을 설치하고 독립 즉시 수교를 맺었다. 현재의 하사날 볼키아 국왕이 독립 직후 1984년 4월 첫방한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6차례 방한하는 등 양국 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수산, 대학간 협력, 문화예술분야 등에서 제주와의 교류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김성은 주브루나이 대사 내정자는 오현고등학교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1992년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2004년 주 포르투갈 대사관 1등서기관, 2006년 외교통상부 통상투자진흥과장, 2009년 무역규범지원팀장, 2010년 G20행사기획단 총괄과장, 2013년 주아세안 공사참사관, 2015년 주뭄바이 총영사를 역임했다.2019년 2월 18일 제주도 국제관계대사로 임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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