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생명력 넘치는 5월도 중순을 넘어섰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다. 아름답게 피어났던 봄꽃들은 열매를 맺고, 연둣빛 나뭇잎은 진한 초록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수필가 피천득이 "방금 찬물로 세수한 스물한 살의 청신한 얼굴과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투명한 비취가락지"라고 5월을 노래했듯이, 원기 왕성한 청년들처럼 생동감 넘치고 화사한 빛깔을 자랑한다.
이 5월은 또 감사와 인연의 달이다.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1일 입양의 날, 15일 스승의 날, 19일 부처님오신날, 20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 등이 계속 이어진다. 우리는 5월이 되면 대한민국 경제를 이뤄낸 근로자들의 노고를 기리며, 부모님과 자녀, 부부간에 끈끈한 가족애와 스승의 은혜를 기려 왔었다.
그런 5월의 마음과 정성을 코로나19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1년도 훨씬 전에 창궐한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가족 간에 정을 나누는 만남은 물론 정다운 친구와 이웃들 간의 소통조차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요양 시설에 계신 부모님을 면회하기조차 어렵다. 그래서 요즘은 마음만 가는 것이 효도라고 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갈 곳도 마땅치 않다. 여행도 쉽사리 떠나지 못하고, 스포츠와 여가 활동도 제약을 받는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게 마련이라지만 5월 들어 갑자기 확산하고 있는 제주의 코로나19 상황은 이 화사한 5월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서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 제주에서는 5월 14일 현재 13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는 올해 월별 확진자 수로 가장 많은 수치이다. 문제는 신규 확진자 중 73.9%인 99명이 도내 확진자의 접촉자라는 사실이다. 관광객 중심이 아닌 다른 지역 확진자와 접촉했던 도민들이 다시 지역사회에 연쇄 감염을 일으키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제주지역 내 확산세 우려
모임 최소화·방역수칙 준수
도민사회 힘과 지혜 모아야"
더 걱정스러운 것은 노래방과 피시방, 목욕탕 등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지인 모임, 학교, 직장 등으로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면서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관광객도 계속 증가추세여서 이 5월이 방역 차단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잠깐의 방심이 계절의 여왕 5월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어서 참으로 안타깝다.
축복의 달 5월이 악몽의 달이 돼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이동과 만남이 늘어나는 가정의 달임을 고려해 더욱 경각심을 높여야 하겠다.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지치고 답답하겠지만 조금만 더 견디자는 마음으로 외출과 이동 자제, 사적 모임 최소화, 주기적인 환기·소독, 개인위생 수칙 준수 등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해 주길 당부드린다. 부모님의 백신 접종을 도와드리는 것도 최고의 효도이자, 일상으로의 복귀를 앞당기는 일일 것이다. 그래야 경제도 회복되고 민생도 안정될 것이다.
찬란한 5월의 빛은 시리고 어두운 겨울을 잘 이겨낸 결과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어떤 열악한 환경에 처하든지 새싹을 움 틔우고, 꽃을 피워내 열매 맺는 그 생명력을 우리는 기억하고, 코로나19 조기 종식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래야 이 5월을 코로나19에게서 되찾아 올 수 있을 것이다.<좌남수·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