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에 속하고 서로를 원해
인간 교류와 또 다른 만족감
친구들이 유럽에서 여섯 달을 보내는 동안 그는 '미샤'로 이름붙여진 시베리아 허스키를 돌보게 되었다. 두 살배기 미샤는 그의 집 울타리를 뛰어넘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다 돌아오곤 했다. 여행을 마치고 온 듯 가볍게 먹이를 먹고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외출하기를 반복하는 미샤를 보며 그는 개의 행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방법은 공책 한 권과 연필 한 자루를 들고 밖으로 나가는 미샤의 뒤를 쫓는 거였다.
그는 거의 2년에 걸쳐 일주일에 이틀이나 사흘 밤을 그렇게 보냈고 이는 열한 마리 개들의 삶을 기록하는 일로 이어졌다. 미샤가 집을 떠나고 몇 주 동안 창문 밖을 바라보며 미샤를 기다리던 마리아, 자기가 낳은 자식이 아님에도 강아지를 입양해 정성을 다해 보살피던 코키, 동료가 세상을 떠나자 구슬픈 소리로 밤새 울부짖던 비바와 파티마 등 개들은 인간보다 더 극적인 드라마를 보여줬다.
미국의 작가이자 인류학자인 엘리자베스 마셜 토머스의 '개와 함께한 10만 시간'은 그 여정을 토대로 묶였다. 2만 년 동안 인간과 삶을 공유했지만 정작 개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등 단순한 질문에조차 대답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그가 관찰한 개의 행동과 습성은 그들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길을 열어준다.
결론적으로 저자가 개와 함께 보내며 깨달은 점은 그들은 무리에 속하기를 바라며 서로를 원한다는 사실이다. 개들은 완벽히 구축된 서열의 사다리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삶, 지나친 훈련과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개성과 감정을 내보이는 삶을 희망했다. 개들은 인간과 교류할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그들끼리 함께하며 새로운 종류의 만족감과 행복함을 느꼈다.
그래서 그의 기록은 한편으로 개들의 삶이 인간에게 강력히 속박될 경우 그들이 진정으로 행복할까에 대한 물음을 낳는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사람과 개는 상대를 자극하거나 판단하지 않을 때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과 개는 서로 다르다. 개가 인간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것처럼, 인간 또한 그들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 자유로이 전적으로 우리 자신으로 있으면서 지금처럼 높은 수준의 교제를 이어가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정영문 옮김. 해나무. 1만4800원. 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