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연 문화광장] 한국미술시장은 지금

[이나연 문화광장] 한국미술시장은 지금
  • 입력 : 2021. 06.01(화)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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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이 호황이다. 부동산 규제로 막힌 유동자금이 취득세와 보유세가 없는 미술품 재테크로 몰린다. 주식이나 비트코인으로 돈을 번 MZ세대가 취향이 있는 소비와 재테크를 하면서 미술품에 관심을 보인다. 코로나19로 규모있는 미술행사들이 취소되면서 억눌렸던 문화소비 욕구와 구매 수요가 보복 소비 형태로 나타났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및 집합 금지 등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인테리어에 관심이 갖는 이들이 늘었고, 집에 걸 소품으로 미술품 구매에 시선을 돌리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시각도 있다. 이건희 컬렉션 기부에 대한 뉴스가 퍼지면서, 미술품이 투자대상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확신에 보탬을 했다. 국제적으로 한국의 단색화가 인기를 끌고 있고, 그로 인해 해외 유명 갤러리가 한국에 지점을 내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해외 갤러리들이 한국을 거점 삼아 아시아 미술시장으로 활동반경을 넓히고 아시아의 아트페어에 참여하기 유리한 조건을 마련하고 있다. 홍콩의 국제정세가 불안해지면서, 홍콩바젤의 명성을 한국이 이어갈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마저 감돈다. 허튼 기대는 아닌 것이, 내년에 바젤급의 명성을 가진 프리즈 아트페어가 서울에 진출한다.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키아프와 같은 기간과 공간에서 동시 개최를 하기 때문에 해외 큰손 컬렉터를 유치하는 등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국내외의 다양한 상황들이 총체적으로 반영돼 지금 한국 미술시장은 엄청난 성황을 누리고 있다. 갤러리스트들이 전하는 파편적인 이야기 몇 가지를 예로 들자면, 집 판 돈을 들고 와서 미술품 포트폴리오를 짜 달라는 이도 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서 인기를 얻은 인플루언서 작가나 유명 연예인이 컬렉팅 해 주목을 받은 작가의 작품은 없어서 못 파는 정도란다. 컬렉터의 연령이 20대부터 40대로 확실히 낮아지고 있는 추이고, 이들이 미술품을 구입하는 방식도 온라인을 통하는 등 기존의 판로에서 확장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16일 막을 내린 국제아트페어인 아트부산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드러나던 미술시장의 열기를 구체적 성과로 입증시켜줬다. 행사 사상 최대의 방문객(8만명)과 최대의 매출(350억원)을 기록했다. 5월이면 모두 홍콩바젤로 향하던 미술관계자들과 컬렉터들의 발길을 부산으로 옮겨 놓은 것 같다는 평을 들었다. 휴가지 특수로 성황을 누리는 마이애미 아트페어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며 '한국의 마이애미'라는 찬사도 들었다. 매출이 1조원 단위를 훌쩍 넘는 홍콩바젤에는 한참 못 미치는 성과이지만, 아트부산은 이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 해외 갤러리의 참여율이 올라가고 고가의 작품이 많이 거래되기 시작하면 매출액은 금세 오를 거라는 낙관적 전망이 있다. 한국은 미술품에 붙는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없기 때문에 싱가폴이나 상하이 같은 미술계 명소를 제치고 홍콩처럼 부상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평가받는다. 같은 이유로 프리즈는 런던, 뉴욕, 엘에이에 이은 4번째 분점이자 최초의 아시아 개최지를 서울로 정한 것이다. 자, 이제 제주가 준비해야 할 건 뭘까?

<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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