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 좋은 시간, 좋은 님. 참 좋다!" "이 또한 감사." "봄 향기 속 갤러리 나들이 굿." 관람객들이 남겨 놓은 짤막한 소감글 중 일부다. 어느덧 무르익은 봄을 지나 여름으로 접어든 계절에 한라일보 1층에 들어선 갤러리 이디(ED)의 기획전이 지역 미술 애호가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6일부터 시작된 이번 전시는 '꽃 나들이 봄'이란 이름을 달았다. 봄처럼 생명력이 움트는 순간을 담아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로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중견 작가 6명이 초대됐다. 저마다 30회 안팎의 개인전 이력을 지녔고 국내외 아트페어에서 주목받고 있는 문인환, 박일용, 이강화, 이수동, 이영수, 최지윤 작가(가나다순)다.
갤러리 이디에 놓인 작품은 모두 합쳐 30점이 넘는다. 코로나19 시국을 건너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늘 그 자리에 있는 자연의 힘을, 그리움과 설렘이 느껴지는 동화 같은 나날을 통해 "수고했어요"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작품과 마주하게 된다.
문인환은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인 수평선에 펼쳐진 갯벌을 형상화한 '바다에서 길을 보다', '바다와 대지' 등을 출품했다. 침묵하는 그 땅의 기운이 속세에서 찌든 감정을 씻어줄 듯 하다.

문인환의 '아침 바다'

박일용의 '프롬 네이처 13'
박일용은 '프롬 네이처' 연작으로 수련에서 얻은 이미지를 초록의 화면 안에 풀어냈다. 붓과 색을 이용한 작업에 더해 그것들이 차츰 철판에 채색으로 수련 잎을 쌓아올리는 부조 작품까지 확장된 결과물을 보여준다.
이강화는 '축제-엉겅퀴', '인연', '잉태' 등 고색창연한 문갑에 들꽃을 올려놓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들판에서 무심히 짓밟히는 작고 여린 존재들이지만 작가는 그것들에 눈길을 주고 세찬 물줄기에도 스러지지 않는 질긴 생명력을 표현했다.
드라마 '가을동화' 속 그림으로 유명한 이수동은 근래 한국 미술시장에서 핫한 작가 중 한 명이다. 이번 제주 초대전에는 '꽃바람', '편지', '겨울다방', '유월', '주렁주렁 어사화' 등 행복을 부르는 그림들을 펼쳐놓고 있다. 이 작가는 "나의 그림을 가진 사람들이 나를, 내 그림을 자랑스러워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오늘도 부지런히 작업을 이어간다고 했다.
이영수는 유화 '윈디 데이', '내추럴 이미지' 연작으로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자연을 붓질했다. 이파리와 나뭇가지 끝 대롱대롱 매달린 자그만 이슬방울에 연둣빛 세상이 들어 있다. 작가는 자연과 함께하는 즐거운 붓질 속에서 때론 멈춰 서야 할 때를 생각한다고 했다.
최지윤은 자연을, 사랑을, 세상을, 마음을 그리는 작가다. 그의 '사랑하놋다' 연작엔 보석 등을 활용해 인간의 욕망, 그곳에서 피어나는 향기로운 꽃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강화의 '잉태'

이영수의 '내추럴 이미지'

최지윤의 '사랑하놋다 20-1'
한미라 갤러리 이디 관장은 "제주에서 익숙하게 보던 색채나 기법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밝고 긍정적인 느낌을 전해주는 작품을 준비했다"면서 "사무실이나 집에 그림을 걸어 두고 싶다며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이 꾸준하다"고 말했다. 전시는 이달 18일까지.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 갤러리 연락처 750-2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