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 (2)특별자치도 출범 15주년, 성과와 한계

[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 (2)특별자치도 출범 15주년, 성과와 한계
"국가적 관점에선 성공, 도민 삶의 질은 악화"
  • 입력 : 2021. 06.22(화) 00:00
  •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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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양덕순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강보배 제주청년사회적협동조합 이사, 김태윤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민구 제주도의회 부의장.

특별도는 자치분권이 아닌 국제자유도시에 초점
도지사 인사권 통제 속 읍면동도 주민자치단체화
헌법적 지위 확보에만 몰두 아닌 차선책 마련해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15년이 지나면서 외형적 성장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특별자치도로서 얻은 것은 '특별자치도'라는 이름 뿐이고, 생활자치와 풀뿌리민주주의의 기초는 잃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주와미래연구원·한라일보·제주의소리는 특별기획으로 '제주인들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를 주제로 제주특별법 전면 개정에 대해 총 11회에 걸쳐 토론을 진행한다.

두 번째 토론은 '제주특별자치도 15년, 성과와 한계’를 주제로 지난 15일 제주와미래연구원에서 진행됐다. 토론에는 김태윤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민구 제주도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 삼도1동·삼도2동), 양덕순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강보배 제주청년사회적협동조합 이사가 참석했다.

▶김태윤(김·사회자)=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제정의 배경과 목적은?

▶양덕순(양)=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선도가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 아래 제주에서 제주형 자치 모형을 통해 제주 여건·특성에 맞는 지방자치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김=중앙정부와 제주의 입장이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출발했던 것인지?

▶정민구(정)=2002년 국제자유도시 특별법 제정 당시부터 반대 의견을 냈던 이유가 '도민들의 의견'이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했던 지방분권은 민주적인 지역의 안정을 추가하는 부분인데 오히려 제주도는 풀뿌리단체의 근간인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김=특별자치도 출범 15년 동안 어떤 권한들이 이양된 건지. 도민들의 인식, 명과 암은?

▶양=특별자치도는 크게 두 가지 축이다. 하나는 지방분권의 측면이다. 6차례의 제도개선을 통해 4000~5000여 건의 사무와 권한이 이양됐다. 또 한 부분은 국제자유도시, 즉 규제완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국제자유도시 측면에서, 제주가 스스로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고 제주 여건과 특성에 맞는 미래의 모습을 만들 수 있는 핵심적인 권한들이 과연 제주에 이양이 되었느냐라고 질문하면, 그렇지 않다.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한 것은 15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상당히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들이 입증되고 있다. 외형적 성장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지만, 특별자치도로서 얻은 것은 특별자치도라는 이름뿐이고, 생활자치와 풀뿌리민주주의의 기초는 잃었다는 비판이 있다는 것을 중앙정부가 알아야 한다.

▶정=특별자치도는 자치분권에 주안점을 둔 게 아니고 국제자유도시에 초점을 맞췄다. 국가적 관점에서 보면 제주특별자치도는 성공한 케이스다. 전 세계에서 각광받는 관광지가 됐다. 하지만 도민들 입장에선 집값 폭등, 쓰레기 문제, 바다 오염 등 도민 삶이 저하되고 있다.



▶강보배(강)=국제자유도시가 제주도에 관광객을 데려온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가치 또는 문화적인 변화가 컸다고 본다.

▶김=시장직선제, 행정체제 개편 등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생긴 크고 작은 갈등이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정=당초 특별자치도 설계엔 행정시가 없었다. 선거철만 되면 시장직선제가 단골메뉴다. 시장직선제, 기초자치단체 부활 모두 중앙정부에서 불수용 상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아무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여러 차례 요구가 있음에도 중앙정부가 도의 의견을 받아주지 않는 이유는.

▶양=중앙정부는 특별자치도의 전제 조건이 기초자치단체 폐지라고 인식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자치 모형에 대한 접근은 특별자치도에 대한 부정이다. 그래서 수용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것은 특별자치도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저와 중앙정부의 차이라고 본다. 자치행정에서 특별자치도란 제주 여건과 특성에 맞는 지방자치이기 때문에서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했는데, 실제 추진해보니 제주의 여건과 특성에 맞지 않다. 그래서 새로운 형태의 기초자치단체 부활, 또는 기초자치단체 구역을 재조정하는 문제, 이런 것들을 우리가 할 수 있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초자치단체에의 법인격 설립에 대한 업무는 지자체의 업무가 아니고 국가의 업무다. 그래서 국가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결론은 일단 도지사와 국회의원 3명이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거다. 도민들이 이의제기와 요구를 받아온 선출직 공무원들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것을 만들어 나가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것만 있으면 중앙부처의 부정적인 시각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강= 지방분권 시대라고 하면서 타 지자체들에게도 많은 권한들이 이양되는 시대를 맞고 있는데, 또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라고 하는 모델로 가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더 점진적으로 다양한 방식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구조들은 없는지 심도 깊은 고민으로 들어갔으면 한다.

▶양=국방, 외교, 사법, 치안을 제외하고 제주도가 다 결정할 수 있는 접근, 즉 연방제 수준의 주정부 권한을 갖는 것이 특별자치도의 최종 목표다. 헌법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은 도민들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 헌법적 지위가 확보되지 않더라도 그에 준하는 차선책이 필요하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해선 '입법 발의권'을 줬으면 한다. 국회에서 일단 결정을 하고, 국회에서 부결할 시 부결하기 전에 도민들의 의견을 다시 한번 물어보는 방법이다. 또 지방자치법에 표기된 '고도의 자치권'이 너무 추상적이다. 특별자치도의 목적과 위상을 정리하고 나머지는 조례 또는 특별법을 변경하는 방법도 있다.

▶정=헌법적 지위를 요구하면서도 지방자치법에 포괄적인 위임을 받을 수는 없는지 등 제주만의 논리를 꼭 개발할 필요가 있다.

▶김=중앙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제주 내부로 들여다보면 도지사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강=행정체제개편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건 도지사 외엔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없어서라고 본다. 의회가 존재하더라도 견제 정도의 권한을 갖고 있다. 실질적인 편성과 집행권을 갖고 있는 행정부가 단일체계로 구성됐다는 것은 엄청나게 집권적인 구조다. 마을회, 청년회 등 지역의 풀뿌리 조직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 아니냐.

▶양=기초자치단체 부활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기관 통합적 요소를 도입하는 방법도 있다. 이것을 적용해 탄핵권을 도의회에 도입하자는 거다. 인사청문회에서 도의원들이 탄핵권 행사를 통해 도지사의 인사권에 접근해보자는 거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 기관 통합적 요소를 도입하면 그래도 제왕적 도지사라는 인사권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다. 또 읍면동도 주민자치단체화 할 수 있다.

▶김=특별자치도 출범 이전과 비교했을 때 재정상황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양= 법정률을 단계적으로 축소해서 궁극적으로 폐지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특별자치도라고 하는 것이 제주가 자주적 자립을 도모하겠다는 것인데, 계속 중앙정부에 재정·권한·사무 등을 달라고 하면 중앙정부에선 타 지자체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 없어진다. 기본적인 인프라 등 국책사업들은 정부가 제주도에 지원해야 하지만, 제주도가 스스로 재정을 발굴해서 자주적 자립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갖지 않은 상태에서 중앙정부에 계속 요구하고 있다. 법정률 3%. 단계적으로 오히려 폐지 축소화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특별행정기관에서 수행했던 사업들이 제주도로 넘어왔을 때 그에 필요한 인력 등은 당연히 내려와야 한다. 기본적 인프라에 대한 책임은 국가에 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법정률 정도는 과감히 우리가 포기하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중앙정부를 설득할 수 있다.

▶김=15년 교훈을 전반적으로 볼 때 제주는 무엇을 얻었고 어떤 과제를 남겼는지.

▶정=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제주도민들의 자치역량은 어느 지자체보다 뛰어나다. 현재 기본이 돼있으니 16년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만들어 가야 한다. 즉 특별자치도로 남을 것인지, 국제자유도시로 남을 것인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현재 특별자치도가 자치행정 분야와 지역개발 분야가 통합적으로 접목돼 있다. 이것을 분리해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이에 대한 도민적 합의,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국제화보다는 생활자치 또는 자립적 마을가꾸기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리=강다혜기자

<제주와미래연구원·한라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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