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제주, 숲이 미래다 6] 4. 도시숲을 말하다 (1)악화하는 환경과 도시숲

[청정 제주, 숲이 미래다 6] 4. 도시숲을 말하다 (1)악화하는 환경과 도시숲
미세먼지·열섬현상 저감… 쾌적한 삶의 질 좌우
  • 입력 : 2021. 07.06(화)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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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2008년부터 조성 시작
양적 확대에만 치중 벗어나
유기적 연결성 확보해 나가야


인류는 진화 자체가 기후와 환경에 적응해온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종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종만이 살아남는다. 고인류학자들은 이런 인류를 호모 클리마투스(Homo climatus)라 했다. 즉 기후에 적응해온 인류라는 뜻이다. 기후변화·환경의 역습과 인간의 응전은 오늘날에도 계속된다. 살아남는 방법은 적응(adaptation)해가는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 폭염, 이상기후, 한파 등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의 변화는 현대인들에게 있어서는 생존의 문제다.

미세먼지의 습격은 청정 지역 제주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난 3월 29일, 제주는 온통 잿빛 풍경이었다. 이날 2010년 11월 이후 10년 4개월 만에 황사경보가 내려질 만큼 희뿌연 먼지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한눈에 들어왔던 한라산이 중국발 황사 영향으로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제주지방은 이틀간 미세먼지 농도가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세먼지 경보제가 도입된 2015년 이래 제주에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경보가 동시에 내려진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황사에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겹친 트리플 악재로 청정 제주는 무색해졌다.

황사·미세먼지의 습격은 더욱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제주도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 세부 시행계획'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제주지역의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의 농도는 38㎍/㎥와 21㎍/㎥로 WHO 기준보다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초미세먼지 주의보와 경보 발령 기준이 강화된 이후 발생 횟수와 지속 일수도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겨울과 봄철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우리나라의 겨울철 날씨 특성인 '삼한사온(三寒四溫)'에 빚대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는 의미다.

미세먼지 등 기후온난화에 따른 환경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도시숲은 삶의 질과 더 나아가서는 생존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전국 지자체가 미세먼지나 폭염 등으로 인한 도심열섬화 저감을 위해 1차적으로 도시숲 확대 조성에 나서고 있다. 도시숲은 그린 인프라(Green Infrastructure) 차원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제주도도 마찬가지다. 제주도의 산림면적은 8만22㏊에 이른다. 국유림이 3만6366㏊, 공유림 4589㏊, 사유림 4만7067㏊ 분포를 보인다. 제주도는 지난 1974년부터 전체 산림면적의 48%에 이르는 4만2600㏊를 조림했다. 그 면적이 결코 작지 않다. 도시숲 역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꾸준히 조성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도시숲이 처음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부터다. 그해 제주시 연북로변 가로수와 병문천(중앙초교~서문사거리 구간) 일원 등에 모두 7㏊의 도시숲을 조성했다. 2020년까지 사업비 237억2500만원을 투입해 모두 147.95㏊ 도시숲이 만들어졌다. 매년 10㏊안팎의 도시숲이 꾸준히 조성되면서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회색빛 도시에 푸르름을 더했다.

제주도는 이후 기존의 나무심기 정책에 더해 매년 다양한 유형의 도시숲을 조성하고 있다. 그렇지만 제주지역 도시숲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생활공간과 밀접한 도시숲이 여전히 부족한 데다, 그동안 양적 확대에만 치중한 나머지 유기적 연결성을 확보하는 데도 미흡하다. 어떤 나무를, 어디에, 어떻게 심을지, 그리고 그에 따른 효과와 순기능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탓이다. 보여주기식 단기간 조성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체계적인 조성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이윤형 기자





제주 도심지 내 숲을 만들자!


김경중 제주도 산림휴양과

미세먼지와 황사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리면서 도시숲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을 줄이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하겠지만, 이미 발생된 미세먼지를 흡수하기 위한 노력도 매우 필요하다.

나무 한 그루는 연간 35.7g의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1㏊의 숲은 연간 168㎏(경유차 1대의 연간 미세먼지 발생량)의 대기오염 물질을 흡수한다. 도시숲이 잘 조성된 도심 속 미세먼지 농도는 그렇지 않은 도심에 비해 평균 25.6%, 초미세먼지 농도는 40.9%가량 낮다는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도 있다. 도시에 많은 나무를 심어 숲으로 가꾸는 일은 미세먼지 문제에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다.

도시숲은 다양한 기능을 한다. 소음을 차단하거나 무더운 여름에 기온을 낮춰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도시민의 휴식처로 인기를 끌기도 하고, 유아 또는 어린이들 교육 장소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는 숲과 공원이 많은 도시가 살기 좋은 명품도시로 주목받는 추세이다.

산림청 임업통계연보(2020년)에 따르면 제주는 대도시를 제외한 전국 9개 도 단위에서 임야면적이 면적대비 47.6%로 맨 마지막인 9위를 기록하고 있어 아쉽지만 1인당 생활권 도시림면적이 전국 17개 시도에서 9위를 차지하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줄어드는 산림을 대체해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청정 제주를 위해서 도시숲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며, 더 정확히 도심지 내 생활권 숲을 조성해야 한다.

제주도에서는 도심지 내 미세먼지를 저감하고 도시숲을 확대하기 위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매해 1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고 있다. 이에 산에 부는 바람을 도시로 유입하기 위한 도시바람길숲 조성, 도심지 내 자투리땅에 녹색쌈지숲 조성, 월드컵경기장 실내정원인 생활밀착형숲 조성 및 초등학교 주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각종 도시숲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는 미세먼지차단숲도 조성할 계획이다. 도민 모두가 도시숲을 조성하기 위해 나무 한 그루에라도 관심을 갖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앞으로 도내 곳곳에 청정제주에 어울리고 도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도시숲이 조성돼 1인당 생활권 도시림면적 순위가 최상단에 오를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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