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
체류자격 부여는 언제쯤
그들을 일컬어 '미등록 이주아동'이라고 부른다. 이주민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이주했거나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 중 부모의 체류자격 상실, 난민 신청 실패 등을 이유로 불법체류자가 되는 아이들이다.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아이들에겐 주민(외국인) 등록번호가 없다. 이 나라에서 신분증 없이, 자기 명의의 통장 없이 과연 살 수 있을까를 상상해보시라. 휴대전화 개통이 어렵고 봉사 사이트에도 가입하지 못한다. 티켓 예매 사이트 회원 가입이 안 되니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에도 갈 수 없다. 학교 생활을, 청춘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그들에겐 공부할 권리는 있지만 살아갈 자격은 없는 모순된 현실이 놓여있다. 그래서 '있지만 없는 아이들'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기획으로 은유 작가가 집필한 '있지만 없는 아이들: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에 그 아이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이주인권활동가들의 목소리가 있다. 국내에 2만명 정도 있을 것으로 추산되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현실을 드러내고 체류자격 부여 제도가 만들어지길 기대하며 쓰여졌다.
한국의 청소년들이 '지금 여기'를 누리지 못하고 어른이 되면 하라는 '나중에'를 강요받는 사회적 약자라면, 눈앞에는 있으나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그 '나중에'조차 빼앗긴 이들이다. 현행 법체계 안에서는 성인이 되면 언제든 강제퇴거명령이 내려질 수 있어서다. 그 경우 나고 자란 한국 땅을 떠나 말도 안 통하고 친구 하나 없고 가본 적도 없는 부모의 국적국으로 쫓겨갈 처지가 된다.
저자가 만난 다섯 명의 미등록 이주아동의 처지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에서 태어난 몽골 국적 아동 마리나는 사회복지사라는 구체적인 꿈을 키웠으나 고3을 지나면서 체념에 이르렀다.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강제퇴거 중단을 요청하는 진정을 넣었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살 때 부모를 따라 한국에 와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닌 역사 '덕후' 카림은 고등학교 2학년 시절에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하지 못하게 되면서 자신이 처한 현실을 깨달았다. 마리나는 말한다. "저는 한국에서 유령으로 지내온 거나 마찬가지예요. 살아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창비. 1만5000원.
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