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바이러스와 기후가 제국의 멸망 이끌었다

[책세상] 바이러스와 기후가 제국의 멸망 이끌었다
역사학과 교수 카일 하퍼의 '로마의 운명'
  • 입력 : 2021. 07.30(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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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기~7세기 집중 추적
기후·생태계 결정적 변수

서기 400년의 로마에는 7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살았다. 28개의 도서관, 856개의 대중목욕탕, 4만 7000개의 아파트 블록이 도시의 규모를 말해준다. 당시 지구 인구의 4분의 1의 삶을 지배하는 곳이 로마였다. 그러나 불과 수십 년 만에 번창하던 제국은 무너졌고, 도시의 인구는 2만으로 줄어들었다. 그 도시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미국 오클라호마대학 역사학과 교수인 카일 하퍼의 '로마의 운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경이로운 개화를 이루고 오래 지속한 제국이 몰락한 원인을 찾아내고자 했던 무수한 작업 중의 하나지만 기존의 시선과는 조금 다르다. 18세기 에드워드 기번의 유명한 저작인 '로마 제국 쇠망사'가 사회 구조와 정치 현상에 초점을 맞춰 로마라는 거대한 구조물이 스스로의 규모를 견디지 못한 채 무너지고 말았다고 판단한다면, 카일 하퍼는 그 같은 인간의 행위로부터 시야를 더 넓게 확장해 자연환경 즉 기후와 생태계를 제국의 멸망에 큰 영향을 미친 변수로 설정하고 있다.

고고학, 인류학, 생물학, 병리학, 기후학에 이르는 여러 영역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2세기의 로마 전성기에서 정치적으로 분열되고 경제적으로 황폐해가던 7세까지 집중적으로 추적한 저자의 결론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화산 폭발과 태양 주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기후 위기에 직면한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겹쳐진다.

로마 제국은 이미 서기 160년대에 신종 감염병의 진화와 마주쳤다. 밀집된 도시 거주지, 지형의 끊임없는 변화, 제국 안팎으로 뻗친 교역망 등은 미생물이 번식하기 좋은 생태계였다. 260년대에는 제국의 운명이 저조기를 맞이했고 인구도 바닥을 쳤다. 키프리아누스 역병이 번졌고 광범위한 위기로 방향을 잃었다. 541년에 이집트의 해안에 나타난 페스트는 로마 제국과 그 너머로 퍼져나갔다. 2세기 동안 지속된 페스트는 인구의 정체를 불러왔고 새로운 기후 체제인 고대 후기 소빙하기가 도래하며 제국의 힘을 소진시켰다.

저자는 "로마 제국의 종말을 이야기할 때 인류와 환경은 서로 분리될 수 없다"며 "로마의 운명은 자연이 얼마나 교활하고 변덕스러운지 일깨워준다"고 했다. 부희령 옮김. 더봄.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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