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섭의 '섶섬이 보이는 풍경'(1951). 사진=이중섭미술관 제공
기일에 맞춘 특별전 계기로 뮤지컬·오페라·예술제 등 잇따라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꼽히는 이중섭(1916~1956). 그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함경도 원산을 떠나 부산을 거쳐 1951년 1월 중순 가족과 함께 서귀포에 닿았다. 포연이 자욱한 전쟁터를 피해 남쪽 서귀포에 피난 보따리를 푼 그는 이곳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약 1년간 서귀포에 거주했던 그가 그 시절에 그린 작품은 '이중섭과 한국전쟁'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통로 중 하나다.
이중섭이 서귀포에서 작업한 유화 '섶섬이 보이는 풍경'은 차분하게 다가온다. 제주4·3이 드리운 크나큰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제주 땅의 참극과 대조를 이루듯 황톳빛 색조가 깔린 서귀포의 마을과 바다는 더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해변의 가족'(1950년대)

'비둘기와 아이들'(1950년대)

'아이들과 끈'(1955)
'해변의 가족'은 행복했던 서귀포 시절을 품었다. 서귀포에서 다시 부산으로 옮긴 지 얼마되지 않아 일본으로 간 부인과 두 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유화로 가족들과 정겨웠던 서귀포의 한때가 녹아있다.
이들 작품이 이중섭미술관에 걸린다. 지난 4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이른바 '이건희컬렉션' 중에서 제주도에 기증했던 이중섭 작품 12점을 제주도민 등 관람객들에게 처음 공개한다. 이중섭의 기일(9월 6일)에 즈음한 9월 5일부터 내년 3월 6일까지 6개월간 진행되는 특별전 '70년 만의 서귀포 귀향(歸鄕)'이다. 1951년 그려진 '섶섬이 보이는 풍경'이 그 배경이 된 서귀포의 공립미술관에 자리를 잡은 장면을 빗대 전시 제목을 붙였다. 이중섭미술관 전망대에 오르면 70년 전 그날처럼 섶섬이 눈에 들어온다.
전시 작품은 '섶섬이 보이는 풍경'(1951), '비둘기와 아이들'(1950년대), '해변의 가족'(1950년대), '아이들과 끈'(1955), '현해탄'(1954), '물고기와 두 어린이'(1954) 등 유화 6점을 비롯 수채화인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1950년대) 1점, 은지화 2점(1950년대), 엽서화 3점(1941~1942)이다. 원화 이미지를 활용한 미디어아트, 이중섭의 삶과 작품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연대기, 이중섭미술관의 발자취도 소개한다.

'현해탄'(1954)

'물고기와 두 어린이'(1954)
이중섭미술관은 이번 삼성가의 기증으로 이중섭 작품 60점을 소장하게 됐다. 이중섭 서지 자료, 팔레트 등 유품까지 합치면 총 97점에 이른다. 관람권 예매는 현재 이중섭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서귀포시는 이중섭 기증작 특별전을 계기로 관련 행사를 이어간다.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는 이중섭 창작뮤지컬(9월 16일~18일), 창작오페라 '이중섭' (10월 1~2일) 공연이 잇따른다. 이중섭공원 일원에서는 9월 25~26일 이중섭예술제를 펼친다. 10월 14일 서귀포시 칼호텔에선 이건희컬렉션을 조명하는 제24회 이중섭세미나가 개최된다. 문의 760-3551, 35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