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 바람에 일렁이는 은빛 물결, 아! 가을인가요

[휴플러스] 바람에 일렁이는 은빛 물결, 아! 가을인가요
산굼부리·새별오름·따라비오름·마라도 섬 곳곳 장관
해질녘 역광 배경 황홀… 다랑쉬·금오름도 숨은 명소
  • 입력 : 2021. 10.01(금)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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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가을 들녘에는 억새꽃이 만개해 장관이다. 차를 타고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은빛 억새 물결은 젊은 층에게는 연인이나 친구들과의 인생샷을 남기는 배경으로, 기성세대에게는 아련한 어릴 적 추억과 맞물린다.

"아~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원로 가수 고복수 선생이 부른 '짝사랑'의 첫 소절이다. 가을의 길목에서 중장년층이라면 이 노랫말을 읊조리려 본 경험이 있으리라. 으악새는 '으악, 으악' 울어서 붙여진 새 이름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고, 경기도 방언으로 으악새라 불리는 억새가 가을바람에 물결치듯 흔들리며 나는 마찰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는 의견도 있다.

어찌됐건 요즘 한창 피어난 억새꽃과 으악새 슬피 우는 가을은 교묘하게 시각적이나 청각적으로 잘 맞아떨어진다.

억새는 제주의 가을과 떼어내 생각할 수 없다. 어릴 적, 배가 고파 어린 억새의 속살을 먹었던 기억과 그보다 더 오래 전에는 돈이 없어 목화솜 대신에 부드러운 억새꽃을 따서 넣어 만든 누비옷으로 겨울을 났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가난하고 춥던 그 시절과 억새에 대한 추억은 불가분의 관계라 애잔하다. 그리고 젊은 층이나 관광객들에겐 가을빛에 물든 억새의 은빛 물결을 배경으로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인생샷을 남기는 재미를 선물한다.

9월의 끝자락,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간 자리에 가을이 성큼 다가서 자리했다. 높아진 하늘과 그 아래 일렁이는 은빛 억새의 물결은 제주의 가을을 대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제주섬 어느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바람 따라 일렁이는 억새들의 군무. 오름과의 조합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제주에선 산굼부리, 새별오름, 따라비오름 등이 억새 명소로 손꼽힌다. 여기에 숨은 명소인 다랑쉬와 아끈다랑쉬오름, 금오름 그리고 최남단 마라도 역시 명품 억새 명소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제주도 동쪽 조천읍 교래리에 위치한 산굼부리는 기생화산의 분화구 형태를 갖춘 천연기념물 제263호로 제주 억새 명소 중 최고로 손꼽힌다. 전문가들은 해가 서쪽으로 저물 때 역광을 받은 영롱한 억새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를 권한다. 또 한라산과 오름 군락이 자아내는 완만한 곡선의 미는 가을을 장식하기에 충분하다.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에 위치한 새별오름은 제주 서부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억새 명소다. 특히 평화로 길섶에 위치한 데다 주차장도 넓어 차량을 이용하는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또 주변에는 나홀로나무와 테쉬폰, 성이시돌목장도 가까워서 함께 찾아보면 좋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따라비오름은 3개의 분화구(굼부리)와 6개의 봉우리로 이뤄졌다. 부드러운 오름의 곡선과 오름을 뒤덮은 억새 군락이 장관을 이룬다. 이런 풍경에 취한 사람들은 따라비오름을 '오름의 여왕'이라 부르기도 한다. 인근에 있는 제주의 옛 목축지와 흔적을 따라 이어진 가시리 갑마장길(총 20㎞)도 추천한다. 제주의 가을을 만끽하는데 이만한 곳이 없다.

숨은 억새 명소인 금오름은 한림과 협재의 야경까지 볼 수 있는 곳으로 일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준다. 제주의 맛을 더 느끼려면 돌문화공원도 좋다.

오름에 올라 눈을 감고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의 노래를 들어보라. 그것만으로도 가을은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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