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라산 국가 레이더 시설 불법 건축 허가 의혹

[단독] 한라산 국가 레이더 시설 불법 건축 허가 의혹
건설 예정지 1100고지 인근 기생화산 삼형제큰오름 정상
조례 따라 기생화산에 레이더 같은 무선시설 설치 불가능
  • 입력 : 2021. 10.13(수) 10:58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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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설치할 국가 레이더 시설인 제주남부 항공로 레이더의 건설 부지. 건설 예정지는 한라산 1100고지 인근 절대보전지역이자 기생화산인 삼형제큰오름 정상으로 법에는 기생화산에는 레이더와 같은 무선설비를 설치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제주남부 항공로 레이더 건축허가는 지난 4월 이미 난 상태로 이날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상민 기자

제주도·국토부 오름인줄 몰라… 지난 4월 이미 건축 허가

속보=한라산국립공원에 들어설 국가 레이더 시설을 둘러싸고 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본보 10월13일자 3면) 국가 레이더 건설 예정지는 한라산국립공원 내 절대보전지역이자 기생화산인 오름 정상으로, 관련법에는 절대보전지역 중 기생화산에서는 레이더와 같은 무선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뿐만 아니라 제주도는 레이더 건설 예정지가 오름이란 사실도 모른채 건축 허가를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허가 6개월 만에 공사 시작=13일 오전 7시 서귀포시 색달동 1100고지 휴게소에서 북동쪽으로 난 포장도로를 따라 200여m를 올라가자 컨테이너로 된 가설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다. '제주남부 항공로 레이더 시설' 공사업체의 현장사무소로 군부대 통신탑 바로 옆에 위치해있다.

제주남부 항공로 레이더는 제주 남부 지역 항공로를 비행하는 모든 항공기를 감시하는 시설이다. 국토교통부는 내구연한(14년)이 도래한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레이더를 최신 기술이 도입된 제주남부 항공로 레이더로 교체해 운용할 계획이다.

동광레이더는 저지대에 위치해 탐지 영역이 좁지만 한라산 고지대에 들어서는 제주남부 항공로 레이더는 상대적으로 탐지 영역이 넓어 항공 안전성이 더 향상될 것이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제주남부 항공로 레이더는 서귀포시 색달동 1-3번지 1499㎡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로 조성된다. 이미 지난 4월 건축 허가가 났지만 본 공사는 6개월이 지난 이날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공사 차량이 드나들 임도 개설을 위한 문화재현상변경허가가 지난 6일에야 승인됐기 때문이다.

공사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문화재현상변경허가 절차 때문에 공사 일정이 많이 지연됐다"며 "이제 현상 변경 허가가 났기 때문에 오늘(13일)부터 건설 자재를 옮기는 등 본격적인 공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 남부항공로 레이더 조감도.

▶국토부·제주도 모두 "오름인줄 몰랐다"=제주남부 항공로 레이더 건설 예정지는 절대보전지역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에 따라 절대보전지역에서는 등산로, 산책로, 자연공원법에 따른 공원시설, 학술·연구 시설 등 대개 공익 목적의 시설만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건축할 수 있다. 또 제주특별법은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이하 조례)가 정한 행위'에 대해서도 지사의 허가를 받아 건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중 남부 항공로 레이더는 조례가 정한 전파법에 따른 무선시설에 해당한다. 단 레이더는 등산로, 산책로, 공원시설과 달리 '자연자원의 원형을 훼손하거나 변형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건축할 수 있다. 남부 항공로 레이더를 건설하려면 지하 5m까지 지반을 파야하지만 제주도는 주변 식생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보고 건축허가를 내줬다고 밝혔다.

문제는 남부 항공로 레이더 건설 예정지가 절대보전지역이자, 기생화산인 삼형제큰오름 정상이라는 점이다. 조례는 보전지역 중 기생화산에서는 무선설비의 설치나 그 부대시설의 신·증축을 할 수 없도록 못박고 있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고정군 박사는 "남부 항공로 레이더 건설 예정지가 군부대 통신탑 바로 옆에 있다면 지질학적으로 해당 지역은 삼형제큰오름이 맞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건설 예정지가 오름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건축 허가를 내줬다. 도 관계자는 "건축 허가 신청이 들어오자 현장 확인까지 했지만 (건설 예정지가) 오름인 줄은 몰랐다"고 인정했다. 단 이 관계자는 "지난 2013년 조례를 개정했을 때 당시 개정 목적은 한라산국립공원 밖에 있는 오름에 대한 건축 행위를 규정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개정 취지에 비춰보면 (건설 예정지는 국립공원 내 오름이고) 레이더 건설에 필요한 문화재현상변경허가는 충족했기 때문에 완전히 법 위반이라고 단정할 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주도의 해명과 달리 조례에는 한라산국립공원 내 오름과 국립공원 밖 오름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보전지역 오름에선 무선시설을 건축할 수 없다고만 나와 있다. 또 이 관계자는 건축 허가 취소 또는 중지 절차를 밟을 계획이 없냐는 질문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토교통부의 남부 항공로 레이더 실시 설계용역 과업지시서엔 '후보지에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관계 법령 및 행정상 허용되는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제주도 조례상 오름에 대한 레이더 건설 불가 규정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건설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제주도 등 관계기관이 충분히 검토한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법 위반 여부는 지금이라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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