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양은희의 '방근택 평전'

[이 책] 양은희의 '방근택 평전'
추상미술 혁신성 외쳤던 잊힌 평론가
  • 입력 : 2021. 10.29(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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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10월 5일 서울 덕수궁 담벼락에서 열린 미협전. 왼쪽부터 김봉태 윤명로 박재곤 방근택 이구열 최관도 박서보 손찬성 유영열 김기동 김대우.

동문로 태생 제주에서 성장
'전위와 계몽' 향했던 여정

'미술평론' 정립 부단히 노력

미술사에서 미술평론가의 자리는 협소하다. 재능을 지닌 예술가는 적극 발굴해 신화화하는 반면 평론가들은 쉽게 잊힌다. 제주읍 동문통(지금의 제주시 동문로)에서 태어난 방근택(1929~1992) 평론가도 망각된 존재였다. 한국현대미술의 서막을 연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추상미술의 혁신성을 주장한 인물로 평가되지만 고향에서조차 그를 조명하는 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제주 출신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큐레이터, 평론가, 미술사가로 활동해온 양은희의 '방근택 평전'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2011년 한국미술평론 60주년 심포지엄에서 방근택이란 이름과 마주한 양은희 평론가는 고인이 자신과 동향이라는 점에서 더욱 뇌리에 박혔다고 했다. 2019년부터 본격적인 자료 조사에 나선 저자는 '전위와 계몽을 향한 미술평론가의 여정'이란 부제를 달고 통념과 편견에 가려졌던 방근택의 면모를 평전 형식으로 풀어냈다. 말미에는 지금까지 확인된 방근택의 글 목록을 실어 향후 연구 자료로 쓰일 수 있도록 했다.

제주에서 소년기를 보낸 방근택의 여정은 부산과 광주를 거쳐 서울의 명동에 이른다. 방근택은 박서보, 김창열 등과 어울리며 앵포르멜 미술을 전파했고 1958년부터 현대미술가협회 회원들과 교유하며 지속적으로 추상미술을 옹호했다. 1960년대 중반부턴 도시와 문명 등 여러 주제로 확장하는 글쓰기를 이어갔다.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던 그는 표현의 자유를 빼앗긴 시절을 건너며 냉소적 태도와 허무주의가 커졌다.

저자는 "(방근택은) 자신의 작업이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한탄하면서도 한국현대미술의 현장에서 '미술평론'이라는 분야를 정립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던 인물"이라고 했다. 헥사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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