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힘 비슷할 때 갈등 발생
관계의 독 안 되게 잘 다뤄야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듯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충돌함을 뜻하는 갈등. 어떤 사람들은 갈등을 마치 병처럼 삶에 도움이 안 되는, 그래서 되도록 없어야 하는 것으로 여긴다. 갈등 상황에 동반되는 신체적·정신적 에너지 소모 등을 따져보면 그럴 수 있다. 그렇다면 갈등은 부정적인 것일까. 평화학을 전공한 '국내 1호 평화학 박사' 정주진의 '갈등해결 수업'은 "갈등은 결코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답한다.
저자는 갈등이 생긴다는 건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그리고 그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집단, 조직, 사회의 구조나 문화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갈등은 양쪽의 힘이 어느 정도 비슷할 때, 다시 말해 한쪽이 다른 쪽의 저항이나 문제 제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약한 쪽에게는 갈등이 생기는 상황이 훨씬 낫다. 강한 쪽이 자기를 무시한 채 결정하고 행동하지 못하게 됐음을 말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갈등을 통해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관계가 공정하고 평등한 공존의 관계로 변할 수 있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남는 문제는 있다. 갈등이 사람을 해치고 관계를 파괴하는 독이나 폭발물이 되지 않게 어떻게 잘 다루고 대응하느냐는 점이다. 저자는 갈등에 대응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 중 하나로 조기 대응을 꼽았다. 또한 대화는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방법이지만 폭력이 있었을 때는 그걸 강요할 수 없다. 피해자가 끝까지 대화를 거부하면 그 의사를 존중해야 하고,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 전까지는 주변에서 가볍게 대화를 권해서도 안 된다.
책은 '반복되는 다툼과 갈등을 겪고 있다면' 등 7개 주제별로 '자기 탐구를 위한 팁'을 덧붙였다. 질문에 답하며 연습과 훈련으로 각자 갈등을 이해하고 해결을 시도할 수 있도록 했다. 철수와영희. 1만4000원. 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