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Ⅷ 건강다이어리] 제주 다빈도 질병과 의료 자치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Ⅷ 건강다이어리] 제주 다빈도 질병과 의료 자치
암부터 고혈압·당뇨까지 제주서도 우수한 치료 가능
  • 입력 : 2021. 12.13(월)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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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의료기관 ‘우수’ 등급 다수
원정 진료 대신 지역 병원 이용
건강보험심평원 통계 분석 결과
다빈도 질병 ‘위장염 및 결장염’
‘우리 지역 좋은 병원 찾기’
의료 접근성 강화 ‘톡톡’

의료기술의 발달과 표준화 등을 바탕으로 의료서비스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지역 의료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부족해 타 지역으로의 원정 진료도 많은 상황이다. 한라일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제주지역 통계자료를 입수해 제주도민이 많이 걸리는 질병 순위와 이를 잘 치료하는 우수 의료기관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도내 우수 의료기관 현황을 파악하고 원정 진료의 대안을 제시해 본다.

▶입원 기준 제주 다빈도 질병=입원을 기준으로 제주 지역에서 가장 많이 치료받은 질병은 '감염성 및 상세불명 기원의 기타 위장염 및 결장염'이었다. 총 환자수는 3732명 총 병원 내원일수는 1만662일로 나타났다. 2위는 '노년 백내장'으로 환자수 3657명 총 내원일수는 5198일이었다. 3위는 '복부 및 골반 통증'으로 환자수 3107명 총 내원일수 4589일, 4위는 '기타 및 원인미상의 열' 환자수 2184명 총 내원일수 3854명, 5위는 '어지럼증 및 어지럼'으로 환자수 2037명 총 내원일수는 2490일 순으로 조사됐다.

6위 '상세불명 병원체의 폐렴', 7위 '목구멍 및 가슴의 통증'에 이어 환자수 1223명이 집계된 '뇌경색증'이 제주지역 다빈도 질병 10위에 올랐다.

▶외래 기준 제주 다빈도 질병=외래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는 1위가 '치은염 및 치주질환'으로 총 환자수 19만2935명 총 내원일수 37만9766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급성 기관지염'이 환자수 14만1082명 총 내원일수 39만1708일로 2위였으며, 3위 '치아우식' 환자수 9만1894명 총 내원일수 16만8539일, 4위 '혈관운동성 및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수 8만9776명 총 내원일수 22만4297일, 5위 '본태성(원발성) 고혈압' 환자수 8만705명 총 내원일수 53만4048일 순으로 조사됐다.

이어 6위 '등 통증', 7위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 8위는 '결막염' 등의 순이었다.

입원 기준 제주에서 가장 많이 치료받은 질병 1위를 차지했던 '감염성 및 상세불명 기원의 기타 위장염 및 결장염'은 외래에선 환자수 4만9193명 총 내원일수 6만9460일로 11위에 올랐고 '2형 당뇨병'은 환자수 3만3818명 총 내원일수 21만2301일로 20위였는데, 이는 전국 당뇨 환자수 301만2363명과 비교했을 때 제주는 타 지역에 비해 당뇨병 환자수가 매우 낮은 특징을 보였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는 건강보험 진료일 기준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지역 의료기관의 입원명세서와 외래명세서(2020년 1월 ~ 2021년 7월 건강보험 심사 결정분)를 대상으로 산출됐다.

▶제주지역 다빈도 질병 치료 우수기관=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1년 기준 39개 항목으로 구성된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를 통해 전국 의료기관에 대한 평가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이 평가는 건강보험으로 제공된 진찰·수술 등 의료서비스 전반에 대해 의약학적 분석과 비용 효과적 측면에서 적정성 여부를 평가한다.

암이나 뇌졸중 등과 같은 중증 질병에 대해서는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나눠 평가하고, 고혈압·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병에 대해서는 '양호' 등급을 부여해 우수성을 확인하고 있다.

제주지역 다빈도 질병에 대한 평가 우수기관을 분석한 결과 위암과 대장암 항목에서는 제주대학교병원과 제주한라병원이 각각 1등급을 받았다.

또 급성기 뇌졸중을 잘 치료하는 1등급 병원으로는 제주대학교병원, 제주한라병원, 한마음병원이 선정됐다.

폐렴 평가항목에서 1등급을 받은 제주지역 우수기관은 한국병원, 제주대학교병원, 서귀포의료원, 제주한라병원, 한마음병원 등 5곳으로 조사됐다.

고혈압은 제주지역 의원급 의료기관 총 102곳이 양호기관으로 조사됐으며, 당뇨병의 경우 의원급 의료기관 총 50곳이 양호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제주지역 1등급 기관과 양호기관 등 우수기관 자료를 살펴본 결과 암과 같은 중증질환과 고혈압·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모두 제주지역 병원에서도 충분한 치료가 가능한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진료를 위해 더 큰 병원을 찾아 꼭 멀리까지 가야 할까?=2020년 제주로 이주한 60대 여성 A씨는 과거 뇌졸중 병력이 있고 최근 당뇨 위험 진단을 받았다. 서울에서 다녔던 종합병원에서 진료받기 위해 2~3개월에 한 번씩 서울로 향했다. 하루 또는 이틀이 소요되는 시간도 문제지만 그에 따른 비용도 만만찮았다. 무엇보다 체력적인 부담이 커 제주에서 진료를 받는 방안을 찾다가 '우리 지역 좋은 병원 찾기' 서비스를 알게 됐다.

'우리 지역 좋은 병원 찾기' 서비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운영하는 콘텐츠로 의료기관 선택에 있어 도움이 되는 정보를 통합해 지역 우수 병·의원 정보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우리나라 병·의원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평가결과를 활용해 지역 주민들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 정보를 제공하며, 17개 분야의 질환별 우수 의료기관과 난임시술·요양병원·응급의료·재활·전문병원 등 특화된 5개 분야의 의료기관도 확인할 수 있다.

서비스 이용 방법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에 접속해 '의료정보 → 지역 의료정보 → 우리 지역 좋은 병원 찾기' 순으로 검색한다. 원하는 지역을 먼저 선택한 뒤 읍·면·동까지 자세히 설정할 수 있으며, 이후 진료 분야를 선택해 검색하면 된다. 검색 결과를 통해 분야별 의료 질 평가 결과, 비급여 진료비의 최저 및 최고 비용, 의사 수 등의 의료자원 현황과 소재지 주소까지 한번에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지역 좋은 병원 찾기'는 2020년 8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해 2020년 5만7000여건, 2021년 21만7000여건의 이용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 서비스의 장점은 국가기관에서 평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병원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분야별 질병을 우수하게 치료하는 병원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또 나의 거주 지역에서 주치의 개념을 적용해 가까운 곳에서 자주, 전문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진료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제주에도 진료를 잘하는 의료기관들이 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수도권의 대형병원으로 불필요한 관외 유출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지역 좋은 병원 찾기' 서비스를 적극 활용한다면 환자의 시간적·경제적 부담을 경감시키고, 보다 적절하고 지속적인 치료를 통해 건강 유지와 지역 의료 체계 확립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김도영기자

[기고] 제주 의료 자치 실현을 위한 제주대학교병원의 도전

2021년 개원 20주년을 맞는 제주대학교병원은 제주특별자치도 유일의 국립대학교병원으로서 2001년 개원 당시, 열악한 의료시설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병원 발전을 위한 희망을 품고 진료의 질적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과감한 투자를 시행해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수한 의료진과 최첨단 시설 및 장비를 갖춘 최고 수준의 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 의료기관 인증평가, 각종 적정성 평가의 모든 영역에서 꾸준히 최상위 등급을 받고 있으며, 정부의 주요 국책사업기관으로 연이어 지정돼 제주지역 의료 서비스의 발전을 선도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 5월 국립대병원 최초로 임상교육훈련센터에 선정돼 지역 의료 인력의 역량 강화 및 보건의료교육 공적역할 강화를 통해 중증질환 분야에 대한 임상실습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제공하고, 환자의 관외 유출을 최소화하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제주 의료 자치 실현이라는 목표를 향해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있다.

'최상의 의료서비스로 제주도민의 건강을 지키고, 제주 의료 자치를 실현하는 병원이 된다.' 이는 제주대학교병원이 추구하는 비전이다. 또한 '제주 의료 자치 실현의 정의'란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해결되는 경우라고 정의한다. 첫째 제주지역에 상급종합병원이 존재해야 한다. 둘째 제주도민의 의료 원정으로 인한 의료비 관외 유출률이 10% 이하로 유지돼야 한다. 셋째, 감염병 등 대량 재난 의료 발생 시 이를 독립적으로 즉각 대응해 제주도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의료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상급종합병원=전국에는 45개의 상급종합병원이 있으며 3년 주기로 4가지 지표를 평가해 선정한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질환 등 난이도가 높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우수한 의료인력, 의료시설, 전공의 수련 및 교육 기능, 의료서비스 수준 등이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준비된 병원으로 현재 지정된 병원은 대부분 800~1000병상 이상의 대형병원이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은 지역 주민의 접근성을 고려해 11개의 권역에 지정하며 2020년 말 지정된 제 4기 지정에는 지방자치 단체 중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시에만 상급종합병원이 없다.

타 지역에는 지역별로 일정한 숫자의 상급종합병원 T.O.가 있으나 제주에는 별도의 T.O.가 없고 서울 권역에 포함돼 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 질병의 중증도, 인력, 시설뿐만이 아니라 접근성을 중요한 지표로 감안해 지역별로 T.O.를 지정해야 하나 제주지역을 서울 권역에 포함시키는 것은 접근성을 무시한 잘못된 의사결정이다. 따라서 제주지역에 별도의 T.O.가 제공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제주지역 의료기관들과 함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의 정치인, 제주도 의사회 및 제주도민 모두가 정부에 제주의 독립적인 T.O.를 요구해야 한다.

만약 제주대학교병원을 포함한 제주지역 종합병원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될 만큼 의료 질, 의료 인력, 의료 시설 등이 완비되면 서울로 원정 가는 중증환자들이 제주의 상급종합병원에서 빠른 치료를 할 수 있고, 반면에 의원 중심 진료환자들은 개원가로 적극적으로 회송하고 입원이 필요한 일반진료질병군은 일반 종합병원에서 치료해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의료전달체계가 더 개선될 것이며, 이는 근본적으로 제주도민 뿐만이 아니라 제주 도내 의료기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관외 의료비 유출=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의하면 제주도민의 서울 등 육지 원정 진료로 인한 관외 의료 유출률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5년 관외 유출 환자 비율이 7.4%에서 2019년 8.4%로 증가했고 관외 의료비 지출은 더 증가해 총 진료비의 13.4%인 1068억원에서 2019년 16.7%인 1930억원으로 증가했다. 10년전인 2009년 관외 유출액이 964억원임을 감안하면 10년 동안 관외 유출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2014년 이후 선택진료비가 점차 줄기 시작해 2018년 이후 완전 폐지되면서 대형병원 문턱이 낮아진 것도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지만 제주도민이 제주의료기관을 신뢰하지 못하고 육지로 원정 진료를 가는 원인을 파악해 공동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감염병 등 대량 재난의료 대비=제주대학교병원에는 국가지정 격리병상이 9병상 있으나 코로나19와 같은 대량 감염병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따라서 대량 재난의료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는 의료 인프라가 더 필요함을 도민 모두가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

제주대학교병원은 2022년부터 시작되는 병원 증축 사업을 통해 병상 150개 규모의 '감염병 등 재난위기대응 하이브리드 병동'을 2024년 말쯤 완공예정이다. 이를 통해 코로나19와 같은 대량 감염병 발생에서 제주도민의 안전을 지키고자 한다. 새 병동이 완공되면 제주대학교병원은 80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추게 돼 진정한 의미의 대학병원의 역할과 함께 재난 의료 상황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다.

제주대학교병원 전 교직원들은 제주 의료자치 실현이 되는 그날까지 우리들의 능력, 열정을 다 바치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송병철 제주대학교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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