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철의 목요담론] 졸부(猝富)가 "졸라 부자?"

[양상철의 목요담론] 졸부(猝富)가 "졸라 부자?"
  • 입력 : 2021. 12.16(목)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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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교육부장관 안호상(安浩相)이 중국의 세계적 문호 임어당(林語堂)을 만났을 때다. 안호상이 임어당에게 "중국이 한자를 만들어, 한자가 어려워서 우리나라에 문제가 많습니다" 그러자 임어당이 놀라면서 "아니 그게 무슨 말이요? 한자는 당신네 동이족(東夷族)이 만든 글자인데 그것도 아직 모른단 말이요?"라는 일화가 있다. 한자는 은(殷)나라를 만든 우리 조상 동이족의 문자다. 한자라는 명칭은 원대 몽고족이 중국을 지배하면서 자기들의 문자와 구별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일 뿐이다.

우리는 한글전용이라는 잘못된 정책으로 중국, 일본에 비해 교육제도 안에서부터 한자교육이 배제되어 있다. 한글전용 시책은 이승만 후기부터 박정희시기를 거치면서 국민의 문맹을 퇴치하기 위해 보조적 수단으로 시행됐다. 이후 한글전용론자의 반대와 국민여론의 혼란이 정부와 위정자들의 실정을 부추겼다. 이런 파행적 정책은 초·중·고 학생은 물론 대학생들까지도 교재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부모 이름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한자문맹을 만들었다.

알다시피 우리가 쓰는 일반 어휘는 한자어(漢字語)가 70% 이상이고 전문 어휘는 90% 이상이다. 또 85% 이상이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로 되어 한자를 모르고서는 어휘 구분이 안 되고 뜻을 헤아릴 수가 없는 구조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사는 제주(濟州)는 한자어로 바다건너 고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제주라 말은 제사에 쓴 술을 뜻하는 제주(祭酒), 제사의 주장이 되는 상제를 뜻하는 제주(祭主), 많은 나라를 뜻하는 제주(諸州) 등이 있어 소리만으로 그 뜻을 구분할 수 없다. 실제로 중학교 교실에서 안중근 의사(義士)를 병원 의사(醫師)로 아는 학생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심지어 벼락부자를 뜻하는 졸부(猝富)를 요즘 세대는 십중팔구 "졸라 부자"를 말한다는 식의 에피소드가 넘쳐난다.

요즘 대통령선거 기간이라 대통령 영부인(令夫人)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영부인이란 남의 부인에 대한 높임말인데, 대통령의 부인을 영부인으로 부르는 것으로 잘 못 아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영(令)은 접두어로 남의 아들을 영식(令息), 남의 딸을 영애(令愛)라 부르는 것처럼, 남의 가족에 대한 경의를 표해 부를 때 쓰지 대통령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말이다.

한자교육의 필요성 두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아이들이 한자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첫째, 한자를 모르면 우리말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둘째,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사회, 수학, 과학 등의 교과 핵심 어휘들이 한자라서 이후 학습수준을 따라가기 어렵다. 셋째, 소리글인 한글이나 영어는 언어의 뇌인 좌뇌(左腦)에서 처리하지만 한자는 이미지 뇌인 우뇌(右腦)에서 처리하므로, 좌뇌와 우뇌를 동시 발달시켜 학습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한자를 익혀야 공부하기 쉽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양상철 융합서예술가,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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