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 곶자왈에 적응한 팽나무

[한라칼럼] 곶자왈에 적응한 팽나무
  • 입력 : 2021. 12.28(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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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기가 태어난 환경을 떠나 먼 타지에서도 적응해 살아간다.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도 환경에 맞게 적응해 살아가는데 우리 곁에 흔하게 보이는 팽나무도 환경에 적응해 살아간다.

팽나무는 제주에서 곶자왈, 경사지 등에서 크게 자라는 식물로 우리가 흔히 '폭낭','팽낭'등으로 알려져 있으며, 나무그늘을 넓게 만들어줘 쉼터 또는 놀이터 역할도 하는 정자목의 주된 식물이다. 또한 고목이 많아 성황당의 당목으로도 활용돼 왔다.

과거 제주도에는 인가주변에 숲이 없어 멀리 있는 숲에서 땔감을 구했다. 근래에 들어와서 얘기하는 '곶자왈'이 가까운 마을은 숲이 없는 마을에 비해 비교적 쉽게 땔감을 구할 수가 있었는데, 그 곶자왈에 가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가 팽나무였다. 팽나무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잘 살기 때문에 밭담이나 '잣박'위에 한 두 그루의 팽나무를 둬 그늘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쉼터로 활용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제주도가 지정한 노거수 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가지고 있다.

팽나무는 곶자왈을 대표하는 낙엽활엽수이다. 종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가 있는 상록활엽수림 주변이나 곶자왈에 형성된 낙엽활엽수림 내에서 많이 분포한다. 특히 한경-안덕 곶자왈, 안덕곶자왈, 성산-수산곶자왈, 교래곶자왈, 애월곶자왈의 낙엽활엽수림에 내에 집중 분포하고 있다. 이들 곶자왈의 특징은 빌레보다는 돌무더기 형태로 이뤄진 토양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의 숲은 토양이 있는 지역보다 나무와 나무사이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자라는데, 돌무더기의 특성상 토양이 안정돼 모일 수 있는 지역이 한정적이고, 물이 머물 수 있는 지역이 협소하다보니 식물이 자라는 거리가 멀리 떨어질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나무가 생장하면서 필요한 에너지나 물이 부족해 쉽게 숲이 형성되지 않는다. 이 지역에는 팽나무뿐만 아니라, 예덕나무, 때죽나무 등도 자라지만, 이들 중에서도 팽나무가 대형목으로 자라는 경우가 많다. 이곳의 개체들은 토양이 좋은 지역에 자라는 개체보다 성장이 늦기 때문에 나무의 크기가 작더라도 오래된 나무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곶자왈에 자라는 팽나무 등에는 송악이 줄기를 따라 높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관리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어 저게 팽나무 잎인가?'할 정도로 대부분의 개체에 송악 줄기가 가지 끝까지 올라간 개체들도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개체는 성장하면서 송악에 의해 생장이 억제되고, 바람, 병충해 등에 쉽게 노출돼 가지가 부러지거나 죽게 된다. 이러한 틈에는 참식나무 등의 상록활엽수가 자랄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천천히 숲을 바꾸게 된다.

따라서 꾸준히 팽나무 숲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곶자왈 숲의 관리계획을 세우고, 송악의 제거, 하층의 관리가 이뤄져야 팽나무 숲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송관필 곶자왈공유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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