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이순을 넘기고 있는 그는 "삶은 언제나 '모르다'의 신비함"이라고 적었다. 문학의 길로 들어서며 사르트르의 앙가주망 문학론이 아니고는 그 의미를 찾을 수 없으리라 여겼고, 문학의 본질적 효용만을 짚었던 그이지만 문득 이 모든 것들이 모호해졌다고 했다. "아니, 무엇이라고 단정하는 것이 교만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는 그는 영원히 추구하는 과정만이 삶의 전부라고 말한다.
시인이며 문학평론가인 제주 좌정묵의 평론집 '공감과 수수(授受)'는 이 같은 인식에서 비롯된 글들로 채워졌다. 문학과 함께하는 것이든 그렇지 않든 삶의 문제와 관련해 방향성과 가치를 발견해가는 과정에서 길어올린 여러 빛깔의 글들이 묶였다.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됐다.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에서 출발해 동서양의 고전을 현실의 문제와 연결시킨 '고전, 공감과 수수', 문학 작품에 대한 특정한 관점을 통해 현실의 삶을 조명해본 글들이 펼쳐지는 '문학과 삶의 거리', 시인들의 작품론과 청소년 글쓰기에 대한 조언 등을 담은 '문학적 삶의 의미', 문화예술의 방향성을 탐색한 칼럼 형식의 글들을 모은 '방향에 대한 응시', 문학의 수용 관계에서 자발적 동인을 강조한 논문인 '김기림 시론 연구'가 그것이다.
저자는 "지금까지 평론이 대중들에게는 거리가 있다는 선입견을 극복하고 문학 작품과 작가 그리고 문학 작품 속에 반영된 사회상과 인간 군상들로부터 현대인들에게 의미가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담론들을 찾아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제주콤.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