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1인가구女 "지자체·경찰만 믿곤 못 살아" 각자도생

[현장] 1인가구女 "지자체·경찰만 믿곤 못 살아" 각자도생
1인가구 증가세… 주거침입 범죄도 해마다 700건 이상
여성안심세트 지원 호응 불구 200명 한정.. 확대 목소리
  • 입력 : 2022. 01.03(월) 16:43
  • 강다혜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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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여성가구. 연합뉴스

"현관 비밀번호를 10자리 이상으로 해 둬요" "택배를 주문한 경우 받는 사람 이름을 '곽두팔', '현병기' 등 성인 남성의 느낌이 들도록 입력해요"

최근 1인가구 수 증가와 더불어 스토킹, 주거침입 등 1인가구를 표적으로 삼은 범죄가 잇따르면서 방범대책을 스스로 강구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거 안전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공급이 한정돼 있을 뿐 아니라, 물품 제공 등 단발적인 대책이 대다수인 탓에 근본적인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일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제주성인지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도내 1인 가구수는 8만1855가구이며 이중 여성 1인가구는 4만212가구, 남성은 4만1643가구다. 2010년 대비 여성 1인 가구는 53.5 %, 남성 1인 가구는 121.6% 증가했다.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주거지 안전에 대한 불안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 1인가구 세대주를 타깃으로 삼을 수 있는 범죄는 매해 7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주거침입 범죄는 2019년 719건, 2020년 714건, 지난해(11월 말) 679건 등이 발생했다. 검거 인원은 2019년 387명, 2020년 392명, 지난해 11월 말 기준 318명 등 매해 300명이 넘는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지난 2018년 발간한 '제주지역 여성 1인가구 생활실태 및 정책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여성 1인가구들은 남성 1인가구에 비해 빈곤과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1인 세대주인 김모(32)씨는 "갖가지 방식을 동원해 여성이 혼자 살고 있지 않는 듯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며 "혹시나 나에게도 발생할 지 모를 범죄에 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이에 지자체에서는 여성 1인가구의 주거 안전 및 범죄 예방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제주도는 여성 안전 관련 사업으로 ▷안심 무인택배 시스템 ▷여성안심 지킴이세트 지원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여성안심 지킴이세트 지원사업은 지원 대상자 80% 이상이 만족하는 등 호응이 높다.

수요가 몰리고 있는 반면 제공 인원이 200명으로 한정돼 있어 수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의 경우 신청자가 몰리면서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범죄피해 경험이 있는 경우, 거주지 인근 환경이 취약한 경우 등을 고려해 선별 후 지원물품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지자체 지원사업이 범죄 예방을 위한 보조적인 수단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도내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여성 1인가구의 안전을 위해 보조적인 차원에서 물품 제공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단발적인 방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CCTV를 설치하거나 방범창을 달아주면 해결되는 치안 문제로 여기기보다, 주거환경 개선, 여성 일자리 지원사업 등으로 소득수준을 높이는 것도 과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가족 대상으로 추진됐던 정책들을 1인가구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히거나, 기존에 제안된 정책제언을 사업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앞서 '제주지역 여성 1인가구 생활실태 및 정책 지원방안 연구'에서 연구진은 여성 1인가구를 위한 주택 관련 제도적 지원 강화 등을 제안했다. 연구진에 다르면 도내 여성 1인가구들이 가장 필요로 한 정책은 주택공급정책이었으며, 그중 단지형 소규모집합주택 공급을 가장 많이 선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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