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지어지지 않은 채 산후조리원에 버려진 신생아에게 검찰이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다. 법적으로 제약이 걸린 '출생신고'를 위해 변호사회의 도움을 얻어 가사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철학과 교수를 동원해 이름까지 지어준 것이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생후 3일된 신생아를 산후조리원에 방치하고 8개월 간 잠적한 A(36·여)씨와 B(34)씨 부부를 지난 11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 부부는 지난해 3월 7일 생후 3일된 자녀를 제주도내 한 산후조리원에 방치하고 수도권으로 주거지를 옮겨 연락을 두절한 채 잠적하는 등 8개월 동안 자녀를 유기·방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주임검사는 피해아동이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아 건강검진, 아동수당 등 국가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다는 어려움을 확인했다.
이에 검찰은 제주지방변호사회에 협조를 요청했고, 변호사회는 피해아동의 출생신고에 지장을 주는 법률문제 해결을 위해 무료로 '가사소송'을 지난 7일 제기한 상황이다. 이 소송이 마무리되면 피해아동에 대한 출생신고가 곧바로 진행될 수 있다.
아울러 검찰은 피해아동의 이름을 지어주기 위해 제주대학교에 협의를 진행했고, 제주대 철학과 교수가 피해아동의 이름 다수를 지어줬다. 이후 검찰이 피해아동 부모(A·B씨)와 상의해 최종적으로 이름을 확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아동을 위해 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통해 경제적 지원을 비롯한 피해자 지원 대책을 다각도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아울러 피고인(A씨 부부)들이 범행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면서도, 피해아동의 건강과 권익이 보호되도록 관련 지원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건이 드러나기 전까지 피해아동은 세상에 없는 아이었다"며 "어느 때보다 지역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