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기획] "빛나는 투쟁… 제주도민 역량은 불패"

[3·1절 기획] "빛나는 투쟁… 제주도민 역량은 불패"
'제주해녀항일운동' 올해로 90주년 맞아
현상호 선생의 '제주도 해녀 투쟁의 사실'
4·3과 반공 체제 속 묻힐 뻔한 역사 조명
"현 선생 행적 등 숨겨진 사실 발굴 필요"
  • 입력 : 2022. 02.27(일) 15:07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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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제87주년 제주해녀항일운동 기념식 및 제25회 기념대회에 참가한 해녀와 참가자들이 노동력 착취와 일제의 부당함에 맞서 일본 도사(島司)에게 요구했던 요구안을 외치며 행진하는 재연 행사를 펼치고 있다.

"비참한 살림살이 세상이 알아/추운 날 무더기 비가 오는 날에도/저 바다 물결 위에 시달리는 몸…."

1931년 12월 20일 밤 제주 동쪽 바다에서 구슬픈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도리 해녀 30여 명이 배를 타고 제주읍 삼도리 소재 해녀어업조합본부(조합장 다구치 데이키 제주도(지)사)로 향하던 중 한 해녀의 입에서 시작된 것이다.

당시 해녀들은 바다에서 캐낸 감태와 전복을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후려치는 등 일제가 운영하는 해녀 조합의 수탈을 참지 못해 조합본부 점거·농성을 계획했다. 하지만 차가운 바닷바람 속에서 집에 두고 온 갓난아이 생각과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물질 때마다 불렀던 노래로 마음을 달랜 것이다.

현상호 선생의 '제주도 해녀 투쟁의 사실'

이러한 기록은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출신 현상호(1914년~1971년) 선생이 쓴 '제주도 해녀 투쟁의 사실'에 상세히 기록돼 있다. 그는 연인원 1만7136명이 참여한 제주 최대의 항일운동인 '해녀항일운동'이 발생한 지 20여 년이 지난 1950년 9월 일본에서 이 책을 발간했다. 4·3 당시 집단학살과 탄압의 과정을 거치고, 반공 체제가 들어서면서 '사회주의와 연결된 불순한 움직임'으로 치부돼 기억의 저편으로 숨은 해녀항일운동을 다시금 꺼낸 것이다.

현 선생은 이 책을 통해 당시 제주도가 처한 상황과 특수성, 해녀 투쟁의 원인·발단·전개 과정, 일제 탄압의 야만성, 투쟁의 의미와 교훈 등을 담아냈다. 아울러 31명 체포, 중경상자 수십 명, 임부 낙태 1명 등의 피해 상황도 빼놓지 않고 기록했다.

현 선생은 책을 통해 "(해녀항일운동은) 조선의 인민투쟁 사상에 있어서도 그다지 많지 않은 일이며, 제주도 인민들이 일제를 향해 항쟁한 사실 중에 있어서는 가장 빛나는 투쟁"이라며 "일제의 폭압은 당시의 조직을 파괴할 수는 있었으나 그 정열과 혁명적 전통은 역사의 흘음(흐름) 속에서 빛나지고 풍부한 열매를 매저(맺어) 나가고 있다. 역사의 발전은 역행치 않는 것이며 인민의 역량은 불패"라고 해녀항일운동을 정의했다.

부용식 해녀박물관장은 "해녀 투쟁의 사실은 해녀항일운동을 가까이서 보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기록"이라며 "현재 국한문으로 혼용된 문장을 우리말로 번역했으며, 오는 8월 '해녀항일운동 특별전'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상호 선생에 대해서는 " 그 흔한 사진 한 장도 발굴하지 못했다. 하도리에 사는 친척들도 현 선생 유족과의 연락이 끊긴 상황"이라며 "지속적인 조사연구사업을 통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사실들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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