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화의 건강&생활] PCR과 암

[한치화의 건강&생활] PCR과 암
  • 입력 : 2022. 03.09(수)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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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 때문에 온 세상이 난리다. 언론마다 PCR에 대한 설명 없이 PCR검사로 코로나 감염 여부를 판정한다고 한다. PCR이 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PCR을 소개하고자 한다. 중합효소연쇄반응으로 번역되는 PCR(polymerase chain reaction)은 유전자(DNA)의 특정 부위가 짧은 시간 동안 반복해서 복사되도록 만들어 대량의 DNA를 얻어내는 신기술이다.

과거에는 원하는 DNA를 대량으로 얻기 위해서 바이러스, 세균 또는 세포의 수가 충분히 늘어나도록 상당한 기간 배양을 해야만 했다. 배양을 통해서 이들의 개체 수가 늘어나는 동안 유전자의 복사가 일어나고, 그 결과 유전자의 전체 양이 많아진다. PCR은 DNA가 자연적으로 복사되는 과정을 응용해서 사전에 결정된 DNA의 특정 구간을 인위적으로 증폭시킨다. DNA가 복사되기 위한 반응조건이 갖춰진 시험관을 미리 정한 온도들을 순서대로 반복(섭씨 94℃→ 37℃→ 72℃)하면 원하는 구간의 DNA조각이 반복되는 횟수(n)에 따라서 2의 배수(2n)로 급격하게 증가한다. 만일 20주기를 반복한다면 DNA의 양이 거의 100만 배 증가한다. PCR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네 가지 반응요소들이 필요하다. 첫째 복제를 원하는 구간이 포함된 소량의 DNA 시료, 둘째 복사하고자 하는 DNA 구간의 양쪽 끝에 미리 결합해서 복제가 시작되는 짧은 길이의 인공 합성된 DNA조각(프라이머) 한 쌍, 셋째 DNA를 구성하는 원료인 네 종류의 핵산들(아데노신, 티미딘, 구아노신, 사이티딘), 넷째 섭씨 72도에서 복제반응을 일으키는 '택(Taq)' 중합효소. 온천수에서 사는 세균의 중합효소가 PCR을 가능하게 해준 핵심요소이다. 그리고 정해진 반응온도들을 규칙적으로 반복해주는 자동온도변환장치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콧속을 작은 브러쉬로 긁어서 얻은 가검물 속에 잘 알려진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정 유전자 부위가 있는지를 PCR로 증폭해서 원하는 DNA조각이 나타나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 다음 확진이라고 판정한다.

과학잡지인 사이언스에 유전성혈색소질환을 PCR검사로 진단한 논문을 초임 강사 시절에 처음 접하고 수개월이 지난 어느 토요일 오후 여의도 성모병원 임상의학연구소에서 후배 동료와 함께 국내 최초로 PCR을 시행해 원하는 유전자가 증폭된 결과를 확인했다. 현재 PCR은 감염질환의 원인균을 신속하게 찾아내고, 범인 색출과 친자감별 등의 법의학 분야, 그리고 기타 생물학 연구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암세포들은 다수의 유전자들에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 그래서 암세포의 돌연변이 유전자들을 PCR로 증폭시키면 조직검사로 얻은 시료 속에 숨어 있는 암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이처럼 PCR은 암의 진단뿐만 아니라 암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를 예견하고, 또한 가장 효과적인 항암제를 선택함은 물론 항암치료의 성과를 평가하며, 재발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자주 이용된다. <한치화 제주대학교의과대학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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