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장실 막아선 '벚나무' 행정… 갈등 이어지나

제주시장실 막아선 '벚나무' 행정… 갈등 이어지나
제성마을회 기자회견 열고 시장 면담 요청했지만 '불발'
시 "주민 요구에 충분히 설명… 가로수로 벚나무 식재"
  • 입력 : 2022. 03.23(수) 17:23
  • 김도영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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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연동 제성마을회 관계자들이 23일 제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시청의 행정 폭거, 막가파식 무단 벌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상국기자

도로 확장 공사를 위해 잘려나간 마을의 벚나무를 살려내라며 제주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한 제주시 연동 제성마을회 주민들이 항의 서한 만을 겨우 전달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23일 제주시청 2층 시장실 앞에서는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제성마을회 주민들과 이를 제지하며 출입문을 막아선 시청 직원들 간의 실랑이가 벌어져 한 때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팽팽한 대치가 이어지다 결국 제성마을 주민 권재섭(88)씨가 대표로 시장실로 들어가 서한을 전달하고 나왔다.

이보다 앞서 제성마을회는 제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시청의 행정 폭거, 막가파식 무단 벌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벚나무 12그루를 살려내라"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40년이 넘게 마을 주민들과 함께 살아온 벚나무는 마을의 역사를 상징하고 주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다"며 "도로 확장을 위해 마을 동쪽 벚나무 4그루와 70년생 팽나무를 지난해 8월 19일 무단 벌목하는 것을 목격하고 공사 중단 요청과 함께 마을 임시총회를 소집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 의견을 모아 마을 서쪽 벚나무와 동쪽 팽나무는 보전해야 한다고 제주시에 전했고 제주시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그럼에도 올해 3월 15일 단 한 번의 협의는커녕 통보도 없이 벚나무들을 무단 벌목하는 행정 폭거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민 애환이 서려있는 벚나무 12그루와 팽나무 2그루를 살려내 원상 복구하고 제주시장은 행정 폭거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며, 연동 동장과 제성마을 통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권재섭(88)씨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권 씨는 이날 "돌아가신 남편이 심은 나무를 이렇게 잘라버리는 경우가 어디있냐"며 "나무를 자른 것은 내 목을 자른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상국기자



이에 대해 제주시는 "시장 면담은 사전에 조율된 바 없었으며 지난번 주민들의 시청 방문 시 담당 부서 관계자들이 주민들의 요구에 공식적으로 답변드렸고, 충분히 설명드렸던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팽나무의 경우 개인 사유지에 있던 나무로 소유주가 보상을 받았고 나무 처리는 시에 일임했다"며 "향후 해당 지역에 수종이 좋은 벚나무들을 가로수로 식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참여환경연대는 같은 날 성명을 발표하고 "얼마나 더 배상을 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진심 어린 사과가 먼저"라며 "어떤 이유로든 시민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느끼지 못하는 시장은 시장으로서 자격이 없다. 이미 예고된 기자회견과 면담 요청을 '일정이 안 된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안동우 시장은 즉각 제성마을 주민에게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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