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4월 14일에 엄 타케(Emil Taquet: 한국명 엄 택기 1873-1952)는 호아천 즉 지명 고증을 하면 현 신례리(신례천) 지역의 왕벚나무를 채집해 글로벌하게 제주 한라산의 토종 자생 왕벚나무를 등극시켰다. 그리고 자생지 발견으로 왕벚나무에게 이름을 달아준 프랑스 선교사 사제이다. 우리 토종 식물로서 제주와 서양을 이어줄 랜드마크로서 엄 타케의 왕벚나무 스토리는 참으로 중요하다. 일반 왕벚나무와는 비교가 되지 않으며 더욱이 일본 클론식물나무인 소메이요시노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제 제주 자생 신례리 왕벚나무와 한라산 왕벚나무들이 꽃피기 시작하는데 알림 안내 표지판을 들여 다 보면 오류가 난무하고 있다.
첫째는 왕벚나무에 대한 영어표기가 많이 잘못돼 있다.
왕벚나무 자생지 신례리(천연기념물 156호) 알림표지판에는 Yoshino Cherries의 원산지라고 표기 돼 있으며, 봉개동 왕벚나무 자생지(천연기념물 159호)에는 소메이요시노(ソメイヨシノ)자생지라고 황당하게 기록돼있다. 그래서 2022년 3월 1일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발간한 ‘한반도 자생식물 영어이름 목록집(개정판)’대로 우리 왕벚나무를 당당하고도 아름답게 로마자 ‘Wang-beot-na-mu’라고 표기하든지, 아니면 영명으로 Jeju flowering cherry로 기록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왕벚나무 학명 표기에 대해서 생각 해 볼 일이다.
거의 100년 이상 우리 왕벚나무 학명은 일본 소메이요시노벚나무라고 통용됐고 지금도 인터넷에 왕벚나무 학명은, 심지어 수목원, 식물원, 교재 등등에는 소메이요시노벚나무(Prunus yedoensis Matsmura) 라고 적혀 있다. 분명히 우리 왕벚나무와 소메이요시노는 근본적으로 다른데 학명을 함께 쓴다. 해법은 아주 간단하다. ‘소메이요시노벚나무 학명 Prunus yedoensis Matsumura.에서 우리 왕벚나무 학명을 Prunus jejuensis Taquet로’ 개명하면 된다. 이렇게 학명을 선포해야 역사적으로 공정하고 주체적으로 서게 된다고 확신하며 이는 식물주권 회복의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셋째 제주 자생 토종 왕벚나무의 아름다움을 확산시키자.
벚꽃이라는 식물은 ‘자가불화합성’이라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엄 타케의 왕벚나무를 보호하고 자생지 보존 그리고 증식(增殖)함을 동시에 앞으로 정원이나 도시계획속에 ‘우리 자생 엄 타케 벚꽃 명소’를 만들고, 우리의 아름다움을 엄 타케 왕벚나무 스토리로 세계화하는 것이 과제이다. 그리고 13년간 서귀포에서 왕벚나무 자생지 발견, 온주밀감, 식물채집을 통하여 서귀포 서홍동 주민들과 동거동락하며 제주의 가치를 세계에 알렸으나 기념비석 하나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해마다 수 만송이 왕벚꽃을 피워내는 한라산 왕벚나무들은 엄 타케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정홍규 대구교구 신부(커뮤니티와 경제 이사장)>